시 속에 대관절 무엇이 있을까. 꽃잎으로 돌돌 말린 거기, 내 숨결을 떼어 애오라지 영혼의 말들을 찾아내고 싶었다.
그 동안 30여년의 침잠과 숨어서 홀로 바라보던 시의 하늘과 꽃망울을 첫 시집으로 엮어낼 때, 이제 쯤 방황이며 공허 같은 것들이 왠만히는 슬려나갈 줄 알았더니 내 빈자리를 더욱 더 알차게 차고 앉아 있을 뿐이다. 이것이 저만치 시의 속성인지, 마냥 흔들리고, 잡히고, 어정쩡하고 뒤틀리기까지 한다.
누구라도 삶은 외로움이거나 고뇌 같은 흔적을 묻어두고 사는 것 아니겠는가. 내 삶을 순연한 자연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겠는가. 모든 것을 버릴 수만 있다면 시를 쓰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긴 하지만 왠지 안타깝고 아쉽기만 하다. 이것이 내 어줍잖은 토로요, 자백이 아닐 수 없다.
여기 기다림은 이있다. 어떤 모양, 어느 기상, 그리고 아무러한 판도에서도 기다림은 있는 것이다. 나는 그 기다림이란 연속선상에서의 한 점 피할 길 없는 고독을 의연히 지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 가운데서 나 같은 성질의 감각이 지탱하면서 또 한켠으로 별을 사랑한다는 것은 여간이나 모순되고 그러면서도 이뤄내어야 하는 숙명적인 것에 감은할 따름이다.
그것은 내 나름의 설정으로 의지요, 신앙적인 면에 있어서 스스로와의 다짐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임기웅변이나 교언의 흰소리가 아니다. 그 보다는 고언이요, 다짐의 목소리, 그 힘살이라는 게 좋을 성싶다.
이런 심정의 미망(迷妄) 가운데서도 불을 밝히고 끝나지 않은 고백이며 절규의 얼룩과 몸부림을 제2시집으로 엮었다.(1998)
― 정송전, <머리말>
■ 정송전(鄭松田) 시인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 중앙대 국문과·동대학원 졸업
△《詩와 詩論》 등단(1962)
△한국자유시인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중앙위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용인시 죽전중학교장 역임. 경기대 겸임교수
△문예사조문학상 대상, 한국자유시인협회 본상 수상
△시집 『그리움의 무게』, 『바람의 침묵』, 『꽃과 바람』, 『빛의 울림을 그린다』, 『내 이렇게 살다가』
△자작시 감상선집 『그리움과 사랑의 되풀이』(제1권), 『자연과 우주의 너울』(제2권), 『내 삶의 소용돌이』(제3권), 『내 인생의 뒤안길』(제4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