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언 길을 꽤나 가까이 지내온 듯하다. 그 길에서의 풍경은 나에게 남고 새삼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까닭이나 모양새가 역력해진다. 이렇게 존재에의 원근법이 알아채지는 것을 다행이라고 할까, 아니면 지당이라고 할까. 모두가 시간이 체득케 해준 은혜로움이라고 고맙게 여겨진다. 시간이라는 것, 내 삶에 있어서 시간이란 등식, 그리고 그런 가운데서도 지금 내 나이가 당도한 즈음의 시간이란 것 이 모두가 나에게는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져 나온다.
저마다의 삶은 대체로 자기에게 주어진 고뇌의 풀이 같은 게 아닐까싶다. 그런 중에서의 방황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숙명이다. 이런 명제는 오늘도 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누군가와 함께 느끼고 지내야 하는 합일점에 다다른다. 여기 나의 눈빛은 외로우면서도 화합의 손길을 기원한다. 삶은 홀로일 수가 없고 노래는 누군가에게 젖어들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인지 나의 하늘엔 언제나 별이 빛나고 나는 따스한 체온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이다. 나에게 있어서 시를 쓴다는 것은 염원의 불꽃을 피워 올리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이 노작은 여간 힘이 부치는 게 아니면서도 한 켠으로 보람되고 희열의 한가운데가 아닐 수 없다.
「꽃과 바람」 이후 뒤늦게 제4시집으로 「빛의 울림을 그린다」라고 표제를 달아 내면서 회한에 젖은 나는 거듭 의문일 따름이다. 아니, 꺼림칙한 자책을 해야겠다. 앞으론 보다 더 내 시간을 아끼고 싶다.
― 정송전, <책머리에>
■ 정송전(鄭松田) 시인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 중앙대 국문과·동대학원 졸업
△《詩와 詩論》 등단(1962)
△한국자유시인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중앙위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용인시 죽전중학교장 역임. 경기대 겸임교수
△문예사조문학상 대상, 한국자유시인협회 본상 수상
△시집 『그리움의 무게』, 『바람의 침묵』, 『꽃과 바람』, 『빛의 울림을 그린다』, 『내 이렇게 살다가』
△자작시 감상선집 『그리움과 사랑의 되풀이』(제1권), 『자연과 우주의 너울』(제2권), 『내 삶의 소용돌이』(제3권), 『내 인생의 뒤안길』(제4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