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필시로 한 권쯤은 남기고 싶어 기존에 남겼던 시를 재편집해보았다.
내 시에서 김치냄새도 나고 된장냄새도 나는 그런 시였으면 좋겠다. 혹여 잘 썼다는 시 흉내를 내다가 향기를 잃을까 봐 두렵다.
아무리 진수성찬이라도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성찬이 아니다. 나는 내 분수를 잘 알기에 그 분수에 맞게 계속 시를 쓰련다. 상대야 어떻든 자기만족에 취해서 온갖 알쏭달쏭한 말들을 다 동원해놓고, 품위 있고, 격조 높은 '시'인양 평가의 잣대를 갖다 대는 시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성경의 유다서를 생각한다.
“저희는 자기 몸만 기르는 목자요 바람에 불려 가는 물 없는 구름이요 죽고 또 죽어 뿌리까지 뽑힌 열매 없는 가을나무요, 자기의 수치의 거품을 뿜는 바다의 거친 물결이요”
모두가 피라미드의 정점만을 생각하며 시를 쓰지 않는다. 정점을 발치기 위해서는 바닥도 중요하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꽃과 벌, 나비처럼,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 더불어 살며 감동을 줄 수 있는 생명들이 있었기에 내 시가 존재함을 안다.
앞으로도 비록 작지만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지도 하나 걸어놓고, 더불어 사는 생명체와 소통을 꿈꾸며 겸손한 자세로 시를 쓰련다
― 이정님, 책머리글 <시인의 말>
■ 이정님 시인
△필명(아호): 이룻
△충남 논산 출생
△공주사범,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월간 《시조생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초등학교 교장 역임. 서울정도 600년 자랑스런 시민으로 ‘서울 1000년 타임캡슐‘에 收錄(1994)
△정부주관 통일 글짓기에서 통일문학상 대한민국시인상 수상. 대한민국 황조근정훈장(대통령), 모범공무원 훈장(국무총리) 수훈
△시집 『어머님의 물레』, 『사마리아 여인아』, 『둘이서 누운 자리가 따뜻하다』 외
△동시집 『엄마 생각』, 『꼬까옷』, 『아빠 생일』 외
△동화집 『해오라기』, 『별을 닦는 아이들』
△장편소설 『무반주 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