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녀는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옆에 안겨주는 아이를 필녀는 다시 안으며 깊은 미소를 띄며 밝은 얼굴을 짓는다. 봉례가 태어나는 날이었다. 필녀는 봉례를 혼자 힘으로 낳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천지신명이 다 고마웠다. 부모님 생각이 나고 조상님네가 앞을 인도했다. 남편이라도 곧 뛰어올 것 같이 마음을 추슬렀다. 언제 이렇게 모였는지 이웃 사람들의 산후 수발이 감격스러웠다. 필녀는 누운 채 포근하게 아기를 붙안으며 세찬 이슬을 또 한 번 눈에 지었다.
― 김한석, <프롤로그> 중에서
● 김한석
△경남 거제 출생(1936)
△≪시조문학≫ 시조(’77), ≪농민문학(한맥문학)≫ 소설(’93), ≪월간문학≫ 수필(’03) 등단
△거제문인협회장 역임(’95-97’)
△효당문학상, 경남예술공로상 수상
△시조집 『민들레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