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반 사람들이 가진 외래 문화에 대한 관심에 비하여 우리 고유의 문화에 대한 이해나 관심은 희박한 느낌이 없지 않다.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영혼은 무엇일까? 그 모습과 빛깔과 향기는 어떤 것일까?
전통의 맥박과 정신의 뿌리는 어디서 찾아야만 될까?
아침 햇살을 받아 고요하고 정갈한 선형을 드러내는 창살과 한지 방문에서, 저절로 어깨춤이 추어지는 장구 소리에서, 담담하고 은은한 맛이 풍기는 백자에서, 생활양식과 취향에서 얼마든지 우리 겨레의 얼과 미를 발견할 수 있다.
어찌 그런 것뿐이랴. 사랑방에서 구수하게 전해져 내려오던 민담, 눈방울이 툭 불거져 나올 듯이 괴상하게 생겼으나 우리 할아버지를 닮은 듯이 정이 통하는 장승, 절로 가락에 어깨가 으쓱해지고 장단에 맞추어 흥얼거리고 싶어지도록 우리 생리에 배어 있는 농악, 가식 없이 생활의 정감을 나타낸 민화 등―.
또한 생활 문화의 거짓 없는 반영이요, 조상들의 생활의 거울인 풍속에서 민족의 마음과 슬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
외래 문화의 범람과 세계화 풍조 속에 수천 년간의 민족문화가 차츰 퇴색되어 가고 곧 사라지려 이별을 고하려는 것들도 적지 않다. 우리 선조들이 공동체 생활 속에서 꽃피웠던 춤과 노래와 풍속 등은 이제 노을이 되어 산마루에 걸려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 겨레의 고유한 문화 유산 속에서 미를 찾아내고 한국의 뿌리를 알고자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사라져 가는 한국의 미와 의식을 민중의 역사 속에 파악하고 새롭게 인식해 보고자 했다. 체계적으로 정연하게 기술된 사실(史實)보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미감과 의식을 풍속적인 관습을 통하여 살피며, 알기 쉽고 흐뭇한 감흥으로 읽을 수 있게 ‘에세이'체로 엮어 나가고자 했다. 사실적(史實的) 기술보다 미적 측면의 고찰이나 감상에 더 치중했고 풍부한 자료의 제시나 나열보다 정감을 살리는 데 더 비중을 두었다.
외국 문화를 찾기에 앞서 먼저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와 아름다움을 아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알아야 할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우리의 것이 더 소중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한국의 아름다움 77가지』는 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알고 민족의 영혼과 전통,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삶 속에 체득했던 지혜와 미의식을 알아보자는 의도에서 내게 되었다.
1981년 저자가 지은 『한국의 영혼』(부름사)이 나왔고, 1987년 문고판(일신서적공사)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그동안 내용을 보완하여 증보판을 낼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중,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 고구려 역사에 대한 중국과의 시비, 또한 한류(韓流) 선풍이 일고 있는 때에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리고자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또한 영상시대에 걸맞게 사진작가 신병철 씨의 도움으로 컬러 사진을 함께 실어 영상미를 살리려 한 것이 이 책을 내는 보람 중의 하나다. 좋은 사진을 제공해주신 신병철 사진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책이 학생과 해외 동포들을 비롯한 독자들에게 한국인의 영혼과 뿌리를 알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자에겐 더없는 보람이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 정목일, <머리말>
■ 정목일(鄭木日) 수필가
△경남 진주 출생(1945)△《월간문학》(1975), 《현대문학》(1976) 수필 등단△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장, 대표에세이창립회장, 경남수필문학회 초대회장, 경남문인협회장, 경남아동문학회장, 마산문인협회장, 경남문학관장 역임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창신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경희대 사회교육원 수필강사. 계간《선수필》발행인
△경남신문 편집국장·논설실장 역임△GS문학상, 한국문학상, 현대수필문학상, 조경희수필문학상 등 수상△저서 『대금』, 『남강부근의 겨울나무』, 『한국의 영혼』, 『별이 되어 풀꽃이 되어』, 『만나면서 떠나면서』, 『모래알 이야기』 외 다수△중·고교 교과서 수필작품 다수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