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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춤추러 가요

내가 소설을 쓴 것은 18세 때부터였다. 초등학교를 9살에 들어가 중학교 마쳤을 때가 18세였으니 중학교를 졸업하고 글쓰기를 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고등학교 진학을 못하고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농사일을 돕는 일이 내게는 죽기보다 싫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인가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글쓰기 밖에 없었다. 중학교 때 문예반이었던 언니를 따라서 도서관에 다니며 책을 많이 읽은 것이 도움이 됐는지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수필이나 시를 써 본 일이 없었지만 소설을 많이 읽은 탓인지 소설부터 쓰기 시작했다. 소설쓰기는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 내게는 미래를 여는 희망 만들기였다. 중학교 다닐 때 자취를 하면서 한 번도 사먹어 보지 못한 군밤이 그리워서인지 ..
내가 소설을 쓴 것은 18세 때부터였다. 초등학교를 9살에 들어가 중학교 마쳤을 때가 18세였으니 중학교를 졸업하고 글쓰기를 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고등학교 진학을 못하고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농사일을 돕는 일이 내게는 죽기보다 싫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인가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글쓰기 밖에 없었다. 중학교 때 문예반이었던 언니를 따라서 도서관에 다니며 책을 많이 읽은 것이 도움이 됐는지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수필이나 시를 써 본 일이 없었지만 소설을 많이 읽은 탓인지 소설부터 쓰기 시작했다. 소설쓰기는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 내게는 미래를 여는 희망 만들기였다.
중학교 다닐 때 자취를 하면서 한 번도 사먹어 보지 못한 군밤이 그리워서인지 군밤이란 소설을 처음으로 썼다. 소설쓰기가 무엇인지도 몰랐으니 그저 이야기를 나열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네 친구는 재미있다며 내 소설을 읽어줬다. 어떤 땐 눈물을 흘리며 읽기도 했다.두 번째 소설은 가을의 여인이라는 소설을 썼다. 우리 아버지가 좋아하지 않는 큰며느리 이야기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나는 소설가적 기질을 조금 타고 난 것 같았다. 모두들 달가워하지 않는 큰올케를 나는 소설 속에서 상당히 호의적으로 쓰려고 했으니까. 이를테면 큰며느리로써의 부담감과 남편인 오빠에게도 원인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했다. 어느 날 내가 쓴 소설이 제대로 된 소설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사촌여동생이 다니는 학교에 소설가 선생님이 있다고 하여 그 선생님한테 내 소설을 보낸 것이 내가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 간 계기가 됐다. 그 선생님은 나에게 소설가가 되려면 최소한 고등학교는 나와야 한다고 편지를 해줬다.
이 년 동안 놀다가 다시 학교에 들어가 고등학교를 마친 나는 혼자서 소설을 썼다. 다 쓴 소설은 현상공모하는 곳마다 보냈다. 당선될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소설을 썼다. 마침내 여성중앙에서 모집하는 단편소설이 결선에 올랐다. 당선은 아니지만 내 소설이 전혀 아니지는 않다는데 다시 희망을 가졌다. 결혼하여 다시 소설공부를 한 것은 작은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여의도 동아문화센터 소설작법 연구반에서 난생 처음 소설공부를 했다. 나의 소설은 웃음거리가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필력을 인정받았다. 물론 내 소설은 대 수술을 받아야했다. 과거형 문장을 현재형으로 바꾸는 것도 그때부터 했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라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그 동안 멋모르고 소설을 쓰던 나는 비로소 소설쓰기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잘못 된 습관 때문에 더 이상 소설을 못 쓸 것 같았다. 소설공부를 시작한지 삼년 만에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내 소설 <가라앉는 오후>가 당선됐다.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내 소설쓰기는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의 삶과 애환을 쓰고 있다. 중앙지 신춘문예를 결선에서만 세 번이나 낙선한 뒤 소설쓰기를 그만두었다. 외롭고 힘든 길에서 혼자 버티기가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18년 만에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문인협회에 가입한 것이 충전을 받게 됐다. 이십 여 년 간 쓴 소설을 모아 책으로 묶을 수 있게 되니 많이 반성이 된다. 꾸준히 썼더라면 더 좋은 소설을 썼을 것 같아서가 아니고 작가적인 자세가 결여된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사명감이 따라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사명감도 없이 쓰고 싶으면 쓰고 쓰기 싫으면 안 썼다는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문학나무의 사모 소설반에서 꾸준히 공부한 것도 책을 내는데 힘이 되었다.
― 안은순, 작가의 말(책머리글) <나의 글쓰기는 18세 때 부터였다> 중에서
■ 백향 안은순 소설가·수필가
△전북 김제 출생
△경인일보 신춘문예소설당선
△한국문인협회 지회지부 간사.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한국크리스찬 문학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관악문인협회, 김제문인협회, 서울 문학의 집 회원. 대한주부클럽연합회 문화예술부 시문회원
△한국크리스찬문학 이 계절의 우수상
△소설집 『우리 춤추러 가요』(문학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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