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열네 번째 시집이다.
가뭄에는 단비가 내려야 좋고, 장마에는 궂은비라도 내려야 그 이름값을 한다. 원숭이에게는 나무 오르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듯이, 학자에게는 학문이 가장 쉬울 것이며, 문인에게는 문학이 가장 쉬울 것이다. 물론 시인에게는 시가 가장 쉬울 것이다. 어렵지 않다거나 쉬울 것이라는 것은 그 분야에 최고의 전문가에게 한정되어야 마땅한 말일 것이다. 어떤 학위나 자격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이다.
“나는 내가 시를 쓰게 되리라곤 일찍이 생각한 바가 없다. … 한 달 동안에 90여 편이 자연스럽게 쓰여졌다. … 보름 만에 80여 편의 시가 역시 자연스럽게 쓰여졌다. 시인들에게 보이긴 민망하기 그지없는 수준이지만 어쨌든 … 시집 『신월인천강지곡』과 『님의 말씀』이다.”
이 정효구 시인의 말대로 보면, 「에덴동산과 무상의 꿈꾸기 그리고 화엄세계 ― 비평을 하며 걸어온 30여 년의 여정」『월간문학』통권590호에서 말했듯이, 시집 1권이 1달이면 그것도 보름 만에도 나온 것이다. 상상력의 산물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그 상상력이 문헌 자료에 의한 사실 추구와 진실 탐구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의 몇 편의 평론집들을 보면 적어도 1년 이상 몇 년씩 걸렸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나는 전자책으로 펴낸 시집 『리순신 승리의 노래』도 처음에 『서사시 : 성웅 그리고 인간 충무공 리순신』을 탈고하기까지 90편의 시를 딱 보름 만에 끝낸 적이 있다. 이것은 30년 넘게 연구한 밑거름이 있었고, 그 평전까지 펴낸 바탕에서 가능한 것이지, 시의 가장 특징인 상상력으로만은 아닌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There is no new thing under the sun.(Ecclesiastes 1:9)]고 하지 않던가. 시에도 진실이 있어야 하고, 진한 느낌이 있어야 하고, 깨달음이 있어야 하고, 깊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운문과 산문으로, 자유와 정형으로, 서사와 서정으로, 극시니 난해시니 산문시까지 붙여가며 자신의 의도와 목적을 나타내는 것은 시인의 자유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뼈 있는 말은 한마디 있어야 한다. 그 뼈도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진솔한 삶의 역사가 담긴 것이라야 한다. 굳이 문학 헌장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진실 탐구의 예술로 승화시켜야 한다.
남의 나이를 먹으면서 시인이 된 나의 문학 속에는 젊은 시절에 전략과 전술을 익히고 바다를 누비며 간성으로서 보낸 시간들과 나이가 들어가면서 학자가 되어 심취한 학문이 자리해 있다. 이번의 시집에는 우리가 자랑하는 한글, 그 맞춤법 사용의 문제에 관하여 그 뿌리와 나아갈 길을 핵심으로 살펴본 것이다.
진실은 거짓이 없는 상태이다. 허구를 동원한 소설은 티 없는 진실일 수 없고, 상상력을 동원한 시작詩作이 온전한 진실일 수는 없다. 글월은 무엇보다 삶의 진실을 결코 벗어나서는 안 된다. 그래서 고상한 넋두리를 시로 포장하지 않으려고 귀농 아닌 다시 농부로서 흙에서 농사짓는 마음이 진정한 진실임을 알고 그 글밭에서 글을 캐낸다. 이랑을 짓고 골을 파고 거름을 주고 잡초와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농산물처럼 글을 가꾸며 짓는다.
― <머리말> 중에서
■ 최두환 시인
△ 경남 창원 출생(1947)
△ 마산고, 해군사관학교, 경남대 대학원(경영학박사), 경상대 대학원(동양사 문학박사)
△ 《한맥문학》 시 등단
△ 한국저작권협회, 한맥문학, 한국문학방송, 한국현대시문학연구소, 문학세계, 작은문학, 진해문인협회 회원
△ 백상출판문화상, 충무공선양대상, 충무공 리순신 대상 단체상, 대통령표창 수상. 보국훈장 삼일장 수훈
△ 시집 『서사시, 성웅 그리고 인간 충무공 리순신』, 『7년만의 사랑』, 『목련의 옛사랑』 외 다수
△ 저서 『새 번역 난중일기』, 『새 번역 초서체 난중일기』, 『완역 임진장초』, 『리더십의 발견 충무공 리순신의 휫손』, 『강강수월래 연구』, 『충무공 리순신』, 『충무공 리순신 전집』, 『충무공 리순신, 대한민국에 告함』 외 저서 및 논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