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아무는 과정에 시간과 영양분을 먹는다. 남다른 나의 아픔이 문학의 길에 들면서 나무뿌리가 인생이란 토양에 튼실한 뿌리를 뻗게 하는 듯 황혼의 삶을 숙성시키고 있다고 여긴다. 그러구러 덧나면 또 깁듯이 글을 쓰며 치료하기를 거듭하면서 열한 번째의 시집을 엮고 있다. 밤이 어두우면 빛이 더 선명하게 반짝이는 별처럼 상처가 있으면 발효된 시어가 더 반짝이지 않을까 생각하다보니 누군가의 벗이 되는 글이 되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다.
한 길을 십년을 가면 그 길에 도사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천편의 작품을 쓴 일본작가의 성실성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을 한다. 도자기 감정을 전공하는 젊은 학자의 지구력과 근면성을 본다. 국립박물관을 세 자리 숫자의 회수로 관람을 하면서 도자기의 역사와 시대를 갈파하는 그 사람은 설명을 하는 눈에서 빛이 나면서 달변의 해설이 단어 하나 토씨 하나까지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도자기 중에서 국보급 또 보물 등 구별을 하는데 그 값도 기하학적인 고가로 매긴다. 역사적으로 도공을 천시하면서 가난을 면하기 어려울 때 도자기를 빚어서 굽는 과정에서 옮기는 도로의 사정상 울퉁불퉁한 시골길이 도자기 밑 부분이 매끈하지 못하고 약간 들떠 있다든가 도자기 주둥이가 약간씩 비스듬하면서 모자라는 느낌의 모양이 진품을 감정하는 아주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설명을 듣는다. 창작의 기쁨은 누군가의 슬프고 외로운 길에 위로가 되는 일은 도자기의 진품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여정에 아버지란 말만 들어도 시려지는 마음을 그릴 수 있고, 효도하는 자식들 같기도 하고, 떠난 지아비를 대신해 주기도 하는 창작은 처연한 외로움을 흘리고 다닌 내 얼의 분신 같은 자욱이 아닐까. 외로움은 외로움이 달래주듯이 바람이 바람을 안고 구른다. 사랑과 미움의 터널을 지나기도 하는 풍화작용에 바위가 시간 속에서 닳아 작아지듯이 창작의 여정도 나를 여미게 한다. 누군가의 따뜻한 가슴과 만나면 좋겠다. 부모님 영전에 이 시집을 헌정하며 언제나 내 삶의 도반들에게도 감사한다.
― <머리말>
● 초연 김은자
△동국대 행정대학원 졸업(석사)
△《에세이포레⟫수필, 《문예춘추》 시 등단
△문고목문학회 회장. 종로포엠문학회 회장. 문예춘추문인협회 부회장. 강남포에트리문학회 부회장. 종로구 장애인협회 고문. 육필문학회 운영위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전자문학상, 한국전자저술상, 《문예춘추》 수필문학상, 빅톨위고문학상 금상, 현대문학100주년기념문학상, 21세기 뉴코리아 문학상 최고상 수상
△수필집 『내 귀에 말 걸기』 『침묵의 아우성 대학로』 『가슴이 듣는 진혼곡』 외 다수
△시집 『불꽃은 영원하리』 『그리움의 비등점』 『딴 여인을 가슴에 품은 남편』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