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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 한 그루

경구 제 칠 집 『노송 한그루』 머리말을 쓴다, 주야청청 사계절 어느 뉘게도 뒤질세라 푸르고 가지 왕성하던 이파리는 간밤의 돌풍으로 찢기고 연리지마저 쓰러져 가슴 멍들고 팔다리 수리먹어 색깔도 기력도 소진 된 채 적적히 서서 바람을 가르고 있다. 가지에 앉아 놀던 산새 들새는 간곳없고 언저리 각시붓꽃들의 풍성했던 모꼬지마저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 남의 일인 것을. 한쪽 연리지 쓰러질 때, 내 지체 붙들고 넘어진 상흔 다시 재생 불능하니 곁에 있든 무성했던 수목도 잡초도 바람에 덮여 기척조차 없으니 체념할 수밖에 도리가 없도다. 이 시련 누굴 원망한들 뭣하며 눈물 쥐어짠들 추한 나락 길 보여주는 일이다. 내 은신하고 있는 뿌리마져 뽑히면 나락 ..
경구 제 칠 집 『노송 한그루』 머리말을 쓴다,
주야청청 사계절 어느 뉘게도 뒤질세라 푸르고 가지 왕성하던 이파리는 간밤의 돌풍으로 찢기고 연리지마저 쓰러져 가슴 멍들고 팔다리 수리먹어 색깔도 기력도 소진 된 채 적적히 서서 바람을 가르고 있다.
가지에 앉아 놀던 산새 들새는 간곳없고 언저리 각시붓꽃들의 풍성했던 모꼬지마저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 남의 일인 것을.
한쪽 연리지 쓰러질 때, 내 지체 붙들고 넘어진 상흔 다시 재생 불능하니 곁에 있든 무성했던 수목도 잡초도 바람에 덮여 기척조차 없으니 체념할 수밖에 도리가 없도다.
이 시련 누굴 원망한들 뭣하며 눈물 쥐어짠들 추한 나락 길 보여주는 일이다.
내 은신하고 있는 뿌리마져 뽑히면 나락 천릿길이지만 끈끈한 의지 잃지 않고 버티고 차마 돌아올 수 없는 세월 기다리며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이겨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지체 이파리 예전일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수리 먹힐 일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음 다잡고 근신하며 다시 기개 펼 수 있을 때까지 떳떳한 노송으로, 아니, 훗날 손가락질 받지 않고 행인의 구액 뱉지 않는 믿을만한 소나무(信松)로 남고 싶다.
텅 빈집 뜨락의 벤치에 앉아 경구 제 칠 집을 엮으며 보잘것없고 영양가도 없고 도움 되지도 못하는 졸필을 읽고 한사람이라도 기억해주는 분이 있으면 하는 야심으로 키보드 두드리고 있다.
읽어 주시는 분께 축복의 볕뉘 비추길 축수한다.
― <머리말>
■ 이옥천
△《한울문학》 시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동대문문인협회 이사. 시인시대 회장. 국제펜한국본부 대외협력위원회 고문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전자저술상, 국제펜시명인상, 한국재능나눔 시명인대상, 대한민국녹색CEO대상 수상. 한국문학방송 명예의 전당(시) 헌액
△시집 『편자 소리』, 『골리수 나무』, 『아란야(阿蘭若)의 의자』 등 30권
△경구집 『삶의 양식』(1~4집) 등 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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