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되고 싶었습니다.
오르지 못할 높은 곳을 향해 몇 번이나 뛰어오르려 애 썼는지 모릅니다.
용이 되는 길은 멀고 높고 험하기만 했습니다.
의지가 약해서일 겁니다. 뛰어오름을 멈추고 이무기로 남기로 했습니다. 꿈을 접었다고는 하나 자주 용이 되어 승천하는 망상에 사로잡히곤 하였습니다.
능력 모자라는 것은 생각 못하고 세상을 원망했습니다. 그리고 몸부림치며 피를 토했습니다.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들을 주로 사보(社報)에 보내곤 하였습니다. 한이 너무 짙어서일까요. 이무기가 토하는 하소연을 실어주는 곳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자 가끔이지만, 운 좋게 청탁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이무기가 토한 부산물을 주워 모았습니다. 어느 것은 세상에 얼굴을 내민 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기 전의 것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버리기에는 아까웠습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도 있지만, 그대로 엮기로 하였습니다.
― 박순철, 책머리글 <이무기의 하소연> 중에서
● 박순철
△충북 괴산 출생
△《수필문학》 등단(1994)
△수필문학충북작가회장, 충북수필문학회부회장 역임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회원
△중부매일 「에세이뜨락」, 충북일보 「에세이뜨락」 연재
△충북수필문학상 수상 외 다수
△수필집 『달팽이의 외출』 『예일대 친구』
△콩트집 『소갈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