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원숭이의 해가 밝았다. 2016년은 꼭 내가 환갑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그래서 원숭이가 가지고 있는 재주를 부려서 시집을 냈다. 이번이 세 번째 시집이 된다. 시를 쓸 때마다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마음먹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데 문인의 사명은 글을 쓰는 명함을 가졌기 때문이다. 고독함과 외로움을 밥상에 차려놓고 숟가락질을 했다. 식사하면서 밥알을 많이 흘리기도 했다. 모자라는 밥은 다시 밥솥에 시상을 씻어 넣고 불을 땠다. 수십 번 뜸을 들여서 설익은 밥을 지어냈다. 그런대로 지어낸 밥을 먹을 수 있겠다고 조심스럽게 밥상 위에 차려놓았는데 독자들의 입맛이 까다롭기에 두려울 뿐이다. 오로지 盡人事待天命 하는 마음이다.
― 나광호, 책머리글 <시인의 말>
■ 나광호(羅光湖) 시인
△충남 금산 출생(1956)
△동아대학교 졸업
△《문장21》·《문학세계》에서 시, 《지필문학》에서 수필, 《문학세계》에서 평론 등단
△문학세계문인회, 문장21작가회 회원. 하늘비산방, 새글터 동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포은공인중개사 대표
△대통령 표창, 문학세계 문화예술공로상, 의왕시장상 수상
△시집 『시인의 윤회』, 『숲이 부르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