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향아 여사가 그 십여 년의 시업의 결과들을 모아 비로소 이 첫 시집 『황제여』를 내는 것은 여사의 점진적이고도 착실하고 실수 없는 사람됨을 다시 내게 느끼게 하여 마음 든든하고 재미가 있다.
여사는 일찍이 내 문하에 처음 들어온 이래 「현대문학」지에서 내 세 번의 추천을 마치도록까지 꽤 긴 세월을 나와는 아주 가까이 상종해서 나는 여사를 잘 알지만, 여사는 소위 날리는 재주로 팔팔 날리는 기분의 사람이 아니라, 말하자면 「대지한한(大智閑閑)」의 무게와 깊이와 성실로써 그 정신을 이끌어오고 있는 시인이다. 여사는 지금 교육가와 주부와 시인 노릇의, 세 가지 일을 겸해 하고 있지만 그 세 가지가 다 언제나 알차니 찬양할 만한 것이다.
흔히 시정신에서 지성적이고자 하는 사람들은 정에 메마르기가 일수고, 또 정에 충실하려는 사람들은 지혜에 깜깜하기가 쉽지만, 우리 이향아 여사에게는 그런 일방적인 애로가 없고 늘 그뜩하고 생생한 정과 밋밋한 슬기가 함께하고 있어 든든한 한 그루 느티나무를 대하는 것처럼 반가웁고 시원스럽고 마음 든든한 것이다.
이 첫 시집 『황제여』의 출간을 충심으로 축하하고 찬양하며, 여사의 시업의 전정이 계속해서 양양하기만을 바란다.
― 未堂 서정주(徐廷柱), <머리말>
● 이향아 시인
△충남 서천 출생
△경희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현대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기독문인협회 회원. ‘기픈시’, ‘동북아기독작가회 회장
△호남대 명예교수
△경희문학상, 시문학상, 전라남도 문화상, 광주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상, 미당시맥상, 창조문예상 등 수상
△시집『온유에게』, 『화음』, 『어머니큰산』, 『흐름』, 『오래된 슬픔 하나』, 『물푸레나무 혹은 너도밤나무』 등 20권
△수필집 『종이배』,『쓸쓸함을 위하여』 등 15권
△문학이론서 『시의 이론과 실제』,『한국시, 한국시인』, 『창작의 아름다움』 등 7권과 기타 논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