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왕조의 어두운 바다를 노 저어 갑니다.
밤새도록 칭얼대는 파도소리를 잠 재울 수만 있다면
수심 가득한 안부를 대신하겠지요.
캄캄한 세상으로 떠돌다 가는 바람이 와서
하염없이 깊어만 가는 적막한 밤에
눈물 짓는 것도 모두 다 하늘의 뜻인지요
이 밤 안으로는 다 적을 길 없는
해도 해도 남아도는 말 가슴 저미어 끝이 없고
벌써 첫닭은 꼬리를 세워 홰를 치겠지요.
흐르다 남은 구름 바다 한가운데서 노를 잃는다 해도
빗소리는 또 세상을 허물어서 갑니다.
- 본문 시 <유배지에서>
■ 김석규(金晳圭)
△경남 함양 출생(1941)
△부산사대, 부산대 교육대학원 졸업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1965). 《현대문학》 등단
△경남교육청 장학사, 중·고교 교장, 울산광역시교육청 장학관, 교육국장 등 역임
△경남도문화상, 현대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부산시문화상, 한국시학상 등 수상. 황조근정훈장 수훈
△시집 『풀잎』, 『먼 그대에게』, 『햇빛 탁발』, 『새벽의 시』 외 4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