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단편소설집을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으로 내게 되었다. 전자책은 첫 시도여서 약간 불안하기 도 하다. 여기 실린 5편의 단편소설은 나의 초기 작품으로서 약간 유치한 면도 있으나 신선도를 살 리기 위하여 그대로 싣기로 했다.
<금강초롱>은 요새 미투나 걸릴만한 내용을 소 설화해보았다. 감히 교수와 학생간의 로맨스를 보 통 작가들은 다루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 가 용기를 내어 본 엽편소설이다.
<임곡역>은, 우연히 유행가 ‘안동역에서’를 듣다 가 떠오른 발상을 소설화 해보았다. 나는 동창들과 등산을 하다가 내가 구상한 소설 스토리를 대강 이 야기 하며 그런 테마에 어울릴만한 시골역이 없겠 느냐고 물었다. 한 친구가 자기가 전에 어떤 일로 한 친구 집에 가서 일주일간 머무른 적이 있는데 거기가 임곡역이라고 했다. 내가 찾는 역과 딱 맞 는 역일 것 같다고 일러주었다. 나는 즉시 기차를 타고 임곡역까지 내려갔다. 임곡역은 지금은 폐역이 되어 기차가 서지 않는 역이다. 나는 임곡역 주 위를 샅샅이 헤매고 동네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며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칼바람>은 만주의 우리 독립군들이 거사한 15 만원 탈취사건과 봉오동전투를 묘사한 것이다. 만 주의 독립군 유적지를 탐방하다가 이 2곳을 발견하 고 참을 수 없는 뜨거운 충동을 느꼈다. 독립군들 이 일경으로부터 탈취한 15만원을 다시 빼앗기지만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봉오동 전투는 15만원 탈취사건과 바로 이 어지는 전투였다. 우리 독립군이 체코 군단으로부 터 매입한 무기로 일본 정규군과 싸워 최초로 승리 를 거둔 전투이다. 우리가 일본군과 싸워 항상 진 줄만 알았는데 이긴 전투도 있었구나 하는 것은 신 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외국에서는 대개 이 런 날을 그 나라의 국경일로 정한다. 타의에 의해 해방된 8·15보다는 자의에 의한 승리의 날이 몇 배 더 값지지 않은가. 나는 지금도 봉오동전투 승리일 인 6월 7일을 국경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 람이다. 본 칼바람은 준 중편소설이다.
<형제상회>는 우리의 남북관계를 빗대어 쓴 것 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관점은 다르게 볼 수 있겠 지만 여기서는 착한 형이 이북이고 못된 동생이 남한이다. 동생의 배경인 오달호 의원은 미국으로 상 정하였다. 우리의 숙원인 통일은 되지 않고 이북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가는 데도 그 심각성을 깨 닫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며 쓴 것이다.
<황혼의 엘레지>에서 설정한 주인공 상민이는 내가 고향에서 만났던 친구가 소재가 되었다. 그리 고 한국의 이발 기술이 세계 1위인데도 그것을 살 리지 못하고 밀려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을 어딘 가에서 말하고 싶었는데 마침 이 소설을 통해 싫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첫 번째 단편소설집이며 첫 번째 전자책 출판 의 반응이 좋으면 곧 이어 두 번째, 세 번째도 시 도해 볼 작정이다.
- <작가의 말>
■ 구양근
△전남 화순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졸업. 대만대학 사학과 석사 졸업. 동경대학 동양사학과 박사 졸업. UC Berkeley, Institute of East Asian Studies, Visiting Scholar
△성신여자대학교 중어중문과 교수 겸 총장, 주타이뻬이 한국대표부 대사 역임
△한국작가교수회 부회장. 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 수필문우회 부회장. 계간문예작가회 이사.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이사 겸 평화작가위원회 위원장
△한국수필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산귀래문학상 등 수상 △수필집 『기분 좋은 날』 『새벽을 깨는 새』 등 수상
△소설집 『임곡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