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은 향기가 나야 하는데 내가 내 글을 다시 읽어보아도 도통 향기가 없다. 나는 언제나 향기 짙은 한 편의 에세이, 한 편의 시를 쓸 수 있을까.
만 4년 만에 43편이 모였으니 흉작도 풍작도 아닌 성싶다. 이번 작품은 현직에서 물러나서 쓴 첫 작품집 이다. 무거운 짐을 훌훌히 내려놓고 빈 뜰이 되었으니 상당히 부드러운 글이 나와야 할 터인데 아직도 군데 군데 강한 곳이 눈에 띈다. 이것이 내 개성이려니 하고 그대로 두기로 하였다.
내 개성이 잘 드러난 논설적인 에세이는 따로 맨 앞 의 제1부로 안배해 보았다. 나머지 서정적 에세이는 제 2~5부로 안배하되 무조건 글을 쓴 날짜순으로 배열하 였다. 그래야 내 심신의 변화를 가장 진솔하게 내비추 게 될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시도해 본 특징은 에세이와 시 를 동시에 싣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오래 전부터 계획 해 보았던 것이다. 시는 아주 좋은 것이지만 그 모호성 때문에 늘 불만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세이를 쓰 고 그 범위 내에서 시를 쓰면 알기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단 시를 에세이의 부속물로 쓰는 것이 아니 고 에세이와 동등하게 무대 전면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이전에 누가 시도했는지 내가 처음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상당히 의욕적으로 시도해 본 결과물이다.
그런데 나는 시에는 전혀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 았다. 이것도 시라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썸머리인 지 낙서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래도 한 번 마음먹 은 것이니 역시 그대로 싣기로 했다.
삽화도 원래는 내가 직접 수묵화를 그려서 매 에세 이마다 한 장씩 끼워 넣으려 했으나, 그림을 배우고 귀 국하여 오랫동안 손을 놓았더니 전혀 획이 뻗쳐지지를 않는다. 포기하고 사진을 넣기로 했는데 마침 문우이신 한향순 선생님께서 나라면 자기 귀한 작품사진을 마음 껏 사용해도 된다는 무한정 허락을 해주셨다. 문우이기 도 한 선우미디어의 이선우 선생님과 함께 좋은 사진 을 마음껏 골라 상감하였다. 또한, 내 사랑하는 딸 인 서가 옆에서 편집에 조언을 준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여러 가지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이번에도 그 렇듯이 나를 무한정 신뢰해 주시는 분이 많아 무엇이 나 마음먹은 대로 잘 되어 간다. 모든 분께 감사드리는 바이다.
- <머리말>
■ 구양근
△전남 화순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졸업. 대만대학 사학과 석사 졸업. 동경대학 동양사학과 박사 졸업. UC Berkeley, Institute of East Asian Studies, Visiting Scholar
△성신여자대학교 중어중문과 교수 겸 총장, 주타이뻬이 한국대표부 대사 역임
△한국작가교수회 부회장. 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 수필문우회 부회장. 계간문예작가회 이사.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이사 겸 평화작가위원회 위원장
△한국수필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산귀래문학상 등 수상 △수필집 『기분 좋은 날』 『새벽을 깨는 새』 등 수상
△소설집 『임곡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