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들쳐 업은 등 봇짐이 자꾸만 한쪽으로 흘러 내려도 다시 추스르며 시조의 광맥을 찾으려는 무한한 노정에 신발 끈을 쪼여 맨다. 이 험난한 길을 혼자 걸으며 잠시 쉬어갈 풍광이 있다면 풍류를 즐기면서 천천히 갈 것이다. 서정의 기둥을 세우기 위해 주춧돌을 놓고 서까래와 상량을 얹으려는 집념이 사그라질 때 까지 누각도 몇 채 지어서 쉬어 가고 싶다. 흔히들 칼날은 숫돌에 갈아야 날이 선다고 한다. 나는 숫돌과 칼끝이 서로 맞서지 않고 엇비슷이 문지르는 유연성의 지혜로운 삶을 시조를 통해 성찰 하고 있다.
전통이라는 지양전승에 있어 타파와 창조의 양면성을 실감하면서 세상을 향한 역동적 몸짓이 모더니티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시조는 한국적 숭고한 예술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므로 우아한 모더니즘을 수용하는 창조적 역할이 요구된다는 생각에서 이 부분의 역점에 힘을 모아보았다. 자질구레한 현실의 삶속에서 채취한 적은 사안들 까지 예술적 표현으로 유도해서 하나의 정형화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노련한 도공이 명품을 빚어내듯 유기적 일상을 통해 잘 빚어진 작품을 직조하는 장인 정신으로 문인 생활을 마감하려 한다. 나의 졸작 “갱구 아리랑”시조집의 일독을 권해본다.
― 澐海 송귀영, 시인의 말(책머리글) <유연성을 내포한 미학적 서정성의 추구>
■ 澐海 송귀영
△중앙일보 시조, 국제신문 시 당선. 《현대문학》 추천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 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부회장. 맥문학가협회장. 현대시선문학사 고문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현대시선 금상, 월하문학작품집상, 시조사랑문학상, 한국시조문학상 수상
△시집 『나비의 잠』, 『앓아눕는 갯벌』, 『마음이 머무는 곳에』
△시조집 『호수의 그림자』, 『여의도 벚꽃 질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