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메마른 정서의 갈증을 촉촉한 단비로 해갈하기 위해 짠한 마음의 한구석에 아쉬운 여운으로 구름처럼 흘러오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울창한 수목이 한층 푸르기 위하여 활발한 동화 작용과 쉴 새 없이 수액의 흡입으로 항상 푸름을 간직하려는 생존 본능을 보면서 이 거대한 자연의 진실 앞에 늘 마음의 조리개를 열어 순간 포착의 짧은 향수를 느끼고 있다.
거대한 자연 속에 초라하게 서서 피사체의 현상을 표현하고 때로는 그 품에 안기어 따스함과 거스를 수 없는 장대함 속의 몽환적 흥분을 나름으로 서투르게나마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값비싼 사치가 아닐 수 없다.
자연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이 숨어 있어 찬란하고 오묘하며 환상을 감출 수 없는 광활함을 아무런 대가 없는 속살로 보여주고 있다.
한 톱 모래알보다 적디적은 우리들의 존재가 왜소하고 미세한 한 부분을 보고 표현하려는 어리석음, 그래서 더욱더 오묘한 자연에 감사하고 있는 걸까.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회귀본능의 순리야말로 오만하지 않고 경건한 마음에서 신의 맞이함과 같은 자세로 오늘을 감싸 안으며 호흡하고 있음이다.
― 송귀영, <책머리에>
■ 澐海 송귀영
△중앙일보 시조, 국제신문 시 당선. 《현대문학》 추천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 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부회장. 맥문학가협회장. 현대시선문학사 고문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현대시선 금상, 월하문학작품집상, 시조사랑문학상, 한국시조문학상 수상
△시집 『나비의 잠』, 『앓아눕는 갯벌』, 『마음이 머무는 곳에』
△시조집 『호수의 그림자』, 『여의도 벚꽃 질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