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여기까지 왔는지 까마득한 안개천국 속에서 아픔 이기고자 집필한 시집
마흔한 번째 “사리(舍利)의 집”의 저자의 말을 쓴다.
지나온 날들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삶 속 걸으며 혈루 가슴 적시고 울분 참지 못해 지필연묵 다 던져버리고 하산할 마음먹은 지가 몇 번인지 모른다.
크고 작은 바람, 사태 못 이겨 쓰러져 사경 헤매고, 고비 넘고 나면 또 고비 끝도 갓도 없는 무변의 사막 길 어린 양 떼 몰고 먹을 물 뜯을 꼴조차 없는 암흑길 헤맨 지가 몇몇 해든가, 지금은 닳고 닳아 잘 면역이 되어 이제는 무섭지도 겁이 나지도 않는다.
산이 무너진다 해도, 둑이 무너져 범람해 바다가 된다 해도 살아날 기교도 지혜도 없으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것은 그만치 시련과 겨뤄봤기에 얻은 용맹, 설운 땀 먹고 자란 심장은 어떤 가시덤불 자드락길도 주눅 들지 않을 것이다.
삶을 억지로 인내하며 참으며 아픔을 이기고자 짧은 끈 동아줄로 묶어 이어가며 불철주야 눈만 뜨면 쓰고, 자고 일어나면 쓰고, 앉아서도 서서도 밥숟가락 들고도 밥 먹다가도, 큰일 보다가도 시상 꼬리만 보이면 샤프펜 들고 서궤로 달려가 그 꼬리 끝내 붙들고 그 뿌리를 캐고야 만다.
시 때문에 집사람과 언쟁도 많이 한 것이 습관이 되어 이제는 그 사람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이혜 안 가는 것은 아니고 이 고집 미안하기 그지없다.
시 쓰는 시간은 즐거운 시간이다,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고 오직 시제만 몰두하다보면 잡념할 시간도 누구와의 약속시간도 달력에 쳐 놓은 동그라미도 까맣게 잊고 한 편 쓰는데 두서너 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시 쓰는 일 말고는 아무 할 일도 없다. 시 공부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시가 없었더라면 이 무료한 시간 청맹이 되고 바보가 됐을는지도 모른다.
당초의 시집 20권의 꿈은 까마득한 불가능의 허구는 가슴을 얼마나 후벼 팠는지 모른다.
40권(4.000편)을 넘어 마흔한 권 째의 시집 “사리의 집“ (4001~4100편)을 지으면서 이제는 넓은 평원을 뒷짐 지고 산책길 걷는 심정이다.
즐겨 읽는 이 없어도 시를 짓는 것은 나의 삶, 내가 좋아 택한 길이기에 후회는 없다.
― <머리말>
■ 신송 이옥천
△《한울문학》 시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동대문문인협회 이사. 시인시대 회장. 국제펜한국본부 대외협력위원회 고문. 한국문인협회 전자문학위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전자저술상, 한국전자문학상, 국제펜시명인상, 한국재능나눔 시명인대상, 대한민국녹색CEO대상 수상. 한국문학방송 명예의 전당(시) 헌액
△시집 『편자 소리』, 『골리수 나무』, 『아란야(阿蘭若)의 의자』 등 30권
△경구집 『삶의 양식』(1~4집) 등 6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