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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하게 하는 약

한 여름 자목련 꼭대기에서 붉은 움이 돋아납니다. 북소리를 울리는 듯합니다. 가을을 부르는 것인지 여름을 붙잡는 것인지. 확실한 것은 누군가 하늘을 향하여 sos를 보내고 있는 모양입니다. 때때로 자목련처럼 하나님께 sos를 보냅니다. ‘저를 죽여주세요.’ 아직 살아서 꿈틀거리는 나의 자아가 발밑에 끌리는 옷자락처럼 거추장스럽기만 합니다. ‘저가 아들이시라도 고난으로 순종함을 배워서...’라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오기까지 호두나무는 많은 장대비와 폭풍 그리고 뜨거운 태양을 견디어야합니다. 그리고 달이 차지 못해 떨어지는 작은 알갱이를 묵묵히 내려다보고 서 있어야합니다. 가을이기에 떼어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합니다. 한 알의 밀알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같은 인내가 필요할 ..
한 여름 자목련 꼭대기에서 붉은 움이 돋아납니다. 북소리를 울리는 듯합니다. 가을을 부르는 것인지 여름을 붙잡는 것인지. 확실한 것은 누군가 하늘을 향하여 sos를 보내고 있는 모양입니다.
때때로 자목련처럼 하나님께 sos를 보냅니다. ‘저를 죽여주세요.’ 아직 살아서 꿈틀거리는 나의 자아가 발밑에 끌리는 옷자락처럼 거추장스럽기만 합니다. ‘저가 아들이시라도 고난으로 순종함을 배워서...’라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오기까지 호두나무는 많은 장대비와 폭풍 그리고 뜨거운 태양을 견디어야합니다. 그리고 달이 차지 못해 떨어지는 작은 알갱이를 묵묵히 내려다보고 서 있어야합니다. 가을이기에 떼어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합니다.
한 알의 밀알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같은 인내가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 자신에게도 가을은 다가옵니다. 추수의 계절까지 못 본 척 지나야할 많은 사건과 사건들이 우리의 가슴을 시리게 할 것입니다. 그러한 고난이 있어 한 알의 열매는 귀하고 귀한 것입니다.
우리도 그 고난으로 주님의 성품을 배우며 자랍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게 와서 내게 배우라..’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눈을 어둡게 하는 것이 지나가지만 그 모든 것에서 눈을 돌리고 주님께 나아갈 때 그곳에 진정한 평화가 있습니다.
― 소담(昭潭) 채영선, <머리말> 중에서
●  소담(昭潭) 채영선
△서울대 국어과, 감리교 신학대학원 졸업
△《미주문학》 시 등단
△‘아이오와 글 사랑’ 인도
△창조문학대상 수상
△시집 『사랑한다면』, 『미안해』, 『향연』
△수필집 『영혼의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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