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풍월이라고 하는 말은 서당 개도 오래되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 어떤 일이나 조직과 인연을 맺게 되면 쉽게 잊어버리지를 못한다. 오랜 세월 동안 조직 속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조직문화에 젖어서 조직 밖에서 바라보면 다 알 수 있는 일인 데도 그 안에서는 불합리한 일이라도 깨닫지를 못하는 것 같다.
군 조직의 경우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지 않을까.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군 생활을 오랫동안 하고 전역을 한 예비역들은 평생 군 생활을 잊지 못하고 살아간다. 대부분의 경우 현직에 있을 때의 즐거웠던 일을 기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힘들고 어려웠던 일일수록 더욱 잊지 못한다. 아니 평생 동안 온 정열을 다 바쳤던 군 시절을 어찌 잊어버릴 수가 있겠는가.
나 또한 지나간 반평생을 군인으로 살아 왔고 지금 비록 전역을 한 예비역 신분이지만 여전히 군인들에 대한 비판이나 군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나와 직접 관련되지 않는 업무라도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지난날 푸른 제복을 입고 살았던 인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나간 일은 항상 아쉽고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살았던 젊은 날의 일이기에 비록 지난날의 일이 모두 다 기쁜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아쉬움과 함께 나이가 들수록 더욱 새로워진다. 좋았거나 나빴거나 지난 날 젊은 우리들 모두의 삶의 이유였기에 늘 자랑스러움을 금할 수가 없다.
나의 경우에도 비록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최선을 다하여 근무했던 지난날에 대하여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살고 있으며 오히려 늘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생각한다.
그 많은 일들 중에서도 산악군단의 항공단장으로 근무했던 시절의 일은 아주 특별하다. 그래서 그 시절의 일을 언젠가는 꼭 다시 글로 써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얼마 전 서해안 해군 천안함의 일을 보면서 산악군단 항공단장 시절 동해안에서 잠수함을 이용하여 침투했던 북괴 무장공비 섬멸작전을 체험했던 나의 생생한 대간첩작전 현장의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주변의 많은 이들이 국가의 안보가 국민 각자의 행복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정확하게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최해필, 책머리글 <작가의 말> 중에서
● 최해필(崔海弼)
△경북 경주 출생
△공주대 경영대학원(경영학석사). 건양대 행정대학원(행정학박사) 졸업
△월간 ≪문학세계≫ 시, 수필 등단
△세계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사병으로 입대(논산훈련소) 후 육군3사관학교(4기)를 거쳐 美 국방어학원, 美 공군 통신전자기술학교(ATCOC) 졸업
△육군항공병과장, 항공작전사령관 역임. 육군소장 예편
△한서대 교수 역임. A.D.D 연구개발 자문위원. 구리시안보정책자문위원. (사)한자교육진흥회이사
△보국훈장 천수장 수훈. 대통령 표창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