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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리 고추를 먹는 사람

『한 남자가 시장에 앉아 무엇인가를 먹고 있었다. 그가 너무도 고통스럽고 행복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는 얼굴이 붉게 충혈 되고, 눈에는 눈물이 그득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몰랐지만, 이내 그가 옆에 칠 리를 수북이 쌓아 놓고 앉아서 하나씩 입 안에 넣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세상에서 가장 맵기로 소문난 인도 산 고추가 아닌가. 칠 리를 입에 넣고 씹을 때마다 남자는 더욱 불편하고 불행해 보였다. 그럼에도 전보다 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는 또 다시 칠 리 하나를 입에 넣는 것이었다. 마침내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하는 거요? 한두 개 먹어 보았으면 칠 리가 얼마나 매운 줄 잘 알거 아니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계..
『한 남자가 시장에 앉아 무엇인가를 먹고 있었다. 그가 너무도 고통스럽고 행복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는 얼굴이 붉게 충혈 되고, 눈에는 눈물이 그득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몰랐지만, 이내 그가 옆에 칠 리를 수북이 쌓아 놓고 앉아서 하나씩 입 안에 넣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세상에서 가장 맵기로 소문난 인도 산 고추가 아닌가. 칠 리를 입에 넣고 씹을 때마다 남자는 더욱 불편하고 불행해 보였다. 그럼에도 전보다 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는 또 다시 칠 리 하나를 입에 넣는 것이었다. 마침내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하는 거요? 한두 개 먹어 보았으면 칠 리가 얼마나 매운 줄 잘 알거 아니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먹는 이유가 뭐요?”
매우 고통스런 얼굴을 하고서 그 남자가 말했다.
“혹시 단맛이 나는 칠리 고추가 있을지도 모르잖소.”
단맛 나는 칠 리를 혹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매운 고추를 계속해서 먹는 고통스런 남자의 이야기는 다름 아닌 나의 이야기이고 당신의 이야기다. 우리가 삶에서 어떤 일을 하든, 그것은 늘 어떤 종류의 행복을 찾아 나서는 일이다. 저 인도인 남자처럼 잘못된 장소에서 그것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매운 것이 곧 칠 리의 본성이므로. 따라서 그 집착과 희망을 내려놓는 일은 진정한 단맛(그것이 사랑이든 행복이든)의 발견에 이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수십 번, 수백 번 우리는 선택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삶에 대한 어리석은 관점을 고수하는 한, 당신은 여전히 매운 눈물에서 헤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코끼리이든, 단맛이 나는 고추이든, 혹은 훌륭한 배우자이든,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마음’ 탓이다.』
이 어리석은 사나이의 이야기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든 것을 한마디로 잘도 그려낸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이 더 이해가 되지 않는데 있지 않을까? ‘백년도 못 사는 인간들이 부질없이 천년의 꿈을 꾸는구나!’ 주머니도 없는 수의를 입고 떠나는 인생인데 그런 줄도 모르고 ‘왕작 천년 계(枉作千年計)’라, 어찌 그리 욕심은 많아서 온갖 세상걱정 다 혼자 떠맡아서 해결하려는 듯, 안 해도 될 것까지 걱정까지 사서하면서 근심 걱정 속에서 살지 말고,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지금당장부터 세상사 툴툴 털고 걱정 좀 줄이고 즐겁게 명랑하게 건강도 챙기면서 살아가시기를 바란다.
― <머리말>
● 최해필
△경북 경주 출생
△육군3사관학교(4기) 임관. 美 국방어학원, 美 공군 기술학교 A.T.C.과정 졸업. 육군항공병과장, 항공작전사 령관 역임. 육군소장 예편
△공주대 경영대학원(석사). 건양대 행정대학원(박사)
△≪문학세계≫ 시·수필 등단
△세계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수필) 회원
△한서대 헬기학과 교수 역임
△보국훈장 천수장 수훈
△시집 『쇠징골』
△수필집 『장군이 되기까지』
△일반서 『장군이 되기까지』 『귀원』 『구름 돛을 높이 달고』 『멋진 지휘관의 꿈』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수기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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