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아침이다
베란다에서 꽃들이 방글방글하며 눈을 맞춘다. 비좁은 공간에 너희를 두고 아름답다 여김이 미안하지만 나에게 생기를 주니 예쁘고 고맙다.
미 서부 여행을 다녀왔다. 며칠 동안의 여정에서 광활한 모하비사막을 한없이 달렸다. 그 척박한 사막에서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는 생명력을 보았다. 보이지 않는 물줄기를 잡고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끈질긴 노력에 감탄하며 나의 생활을 되돌아보았다.
강원도로 2박 3일 여행을 떠나 있을 때 황혼의 들녘을 장식하라는 문학도시 수필 등단 소식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던 기억이 새롭다.
단풍으로 채색된 산야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나무들이 겨우살이를 위해 잎을 벗어내는 짙은 아픔의 몸부림이 오색빛깔의 단풍이 된단다. 삶을 위해 제살을 깎아내는 핏빛 통증을 보면서 아름답다 모두 탄성하고 환호한다. 토해내는 진한 아픔의 괴로움이 얼마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내는 좋은 것만 바라본다. 붉은 통증의 빛깔까지 읽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을 모른 체.
애인은 핸드폰으로 부르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고 연인은 마음에 꼭꼭 숨겨두고 늘 그리워하는 사람이라 했다.
나에게 문학 창작은 항상 숨겨둔 연인이다. 늘 그리워하면서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사람, 가슴 깊숙한 곳에 숨겨둔 아픔이면서 떠올리면 행복한 사람이다. 만날 때마다 부끄럽고 작아져도 헤어지면 다시 보고 싶어졌다.
남몰래 숨겨둔 연인을 만날 길잡이가 되어준 고마운 선생님이 계셔서 시를 만날 수 있었고, 수필의 길잡이에서부터 격려의 글을 흔쾌히 써주신다. 허락하신 교수님이 계셔서 고마울 뿐이다.
녹음기 스위치를 눌린다.
집안을 가득 채우는 독경소리에 맑아지는 마음으로 먼 길 달려온 날들을, 참 긴 날들이 바람처럼 맴돌다 돌아가곤 한다. 첫 번째 책은 기행문집이어서 나를 들어냄이 덜하니 조금 쑥스러웠다. 이제 나를 몽땅 들어냄에 망설임과 설렘으로 범벅이 되어 자꾸 부끄러워진다. 그래도 스쳐 간 인연들에게 감사하며 엮어낸 꽃들이다. 온실에서 피운 꽃들이라 왠지 자꾸 모자람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차를 한 모금 마신다. 부드러움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유월의 푸른 바람이 파도를 타고 살랑살랑 퍼져간다.
쓴 글은 엮어 놓는다는 취지에 대학생 시절에 쓴 글과 오래전에 쓴 모든 글을 실었다.
외손자 도현이의 그림으로 겉표지로 삼았다. 어설프지만 꿈이 있어 좋다.
- <머리말>
■ 박선자
△부산 출생
△동래여고,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새시대문학》 시(2006), 《문학도시》 수필(2011) 등단
△금정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여성문학인협회 부회장, 수림회 회장 역임
△금정문인협회 이사. 부산여성문학인협회 자문위원. 금정 문학동인회 회장△부산문인협회, 이대동창문인회 회원
△중학교 국어교사 역임
△문화문학탐방상, 동백문학상 수상
△수필집 『예순여섯 살 엄마와 아들이 함께한 유럽 자동차 여행』, 『돌아본 세월 동행의 사랑』
△시집 『세상 빛 만드신 땀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