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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외로움이

퍽 오래 전의 일이다. 전국주부백일장에 나가서 입상한 내 글이 박목월 선생님이 펴내신『문장대백과사전』에 예문으로 실렸다. 박목월 선생님께서는 내 글에 대해서 지적 분위기도 지니지 않으면서 감상적 정감만을 강요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셨다. 나는 그 말씀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더 이상의 다른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흔히들 글은 곧 사람이라고 하는데 박목월 선생님의 평은 내 글에 국한한 것이 아니고 어쩌면 나의 사람됨의 평가도 아울러 한 것이라고나 자신은 믿고 있었다. 나는 의도적으로 글을 그렇게 쓰고자 한 적은 없었지만 내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박목월 선생님의 그때 그 말씀을 상기하곤 한다. 나는 되도록 어렵고 까다로운 글보다는 재미있고 쉬운 글을 쓰고 싶고 유식하거나..
퍽 오래 전의 일이다.
전국주부백일장에 나가서 입상한 내 글이 박목월 선생님이 펴내신『문장대백과사전』에 예문으로 실렸다.
박목월 선생님께서는 내 글에 대해서 지적 분위기도 지니지 않으면서 감상적 정감만을 강요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셨다.
나는 그 말씀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더 이상의 다른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흔히들 글은 곧 사람이라고 하는데 박목월 선생님의 평은 내 글에 국한한 것이 아니고 어쩌면 나의 사람됨의 평가도 아울러 한 것이라고나 자신은 믿고 있었다.
나는 의도적으로 글을 그렇게 쓰고자 한 적은 없었지만 내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박목월 선생님의 그때 그 말씀을 상기하곤 한다.
나는 되도록 어렵고 까다로운 글보다는 재미있고 쉬운 글을 쓰고 싶고 유식하거나 무식하거나 아저씨나 아주머니나 신분이 높거나 낮거나 늙었거나 젊었거나를 막론하고 누구라도 읽어서 도움이 되는 유익한 글을 쓰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이 아니라 이를테면 시험공부 하면서 한 마리 두 마리 구워 먹는 쥐치포가 드디어는 빈 봉지가 될 때까지 입맛이 자꾸 당기는 그런 글의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다.
시월상달에 토담 너머로 무시루떡 접시를 이웃집에 전하듯이 미쁜 마음으로 모든 사람에게 기쁨 주고 희망 주는 글, 이따금 세상살이에 지쳐서 힘이 빠질 때 읽어도 잔잔한 미소가 펴오르는 그런 글을 계속 써갈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저녁밥을 벌써 먹었어도 토담을 넘어온 이웃집의 무시루떡에 군침을 삼키지 않을 수 없는, 이미 다른 많은 작가의 글을 읽어서 얼마간 지적욕구나 호기심이 충족되어 있을지라도 덥석 달려들어 책장을 넘겨보게 되는 매력 있는 글만을 가려 쓰고 싶은 것이다.
우아하고 점잖은 면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 요염하면서 매혹적이고, 순박하고 토속적인 듯하면서도 가장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이 깃든 글, 진득한 슬픔을 서술하면서도 그 슬픔 속에 꽈리응어리 같은 장래의 서광이 올올이 들어앉은 글을 나는 써야 하는 것이다.
내가 쓴 여러 모양의 글줄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언제까지나 반짝이는 한 줄기 광선이기를 바라고 싶다.
끝으로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수고해 주신 많은 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더 열심히 정진할 것을 약속드린다.
― 변영희, 작가의 말(책머리글) <책을 엮으면서>
△청주 출생
△《문예운동》 소설, 《한국수필》 수필 등단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의 집‧서울 회원
△한국수필문학상, 손소희소설문학상, 제4회무궁화문학상대상 수상
△장편소설 『마흔넷의 반란』 『황홀한 외출』 『오년 후』 『사랑, 파도를 넘다』
△소설집 『영혼 사진관』 『한국소설베스트선집 2』
△수필집 『비오는 밤의 꽃다발』 『애인 없으세요?』 『문득 외로움이』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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