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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없으세요?

지난 몇 년 여 동안 나는 거의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앉고 서는 사소한 동작도 혼자의 힘만으로는 너무 벅찼다. 한약봉지가 넘어져 침대 시트가 엉망이 되어도 옴짝할 수가 없었다. 몸 형편은 그랬을지라도 빈 집을 지키는 시간이 많다보니 넘치는 건 풍성한 생각뿐이었다.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소설을 쓰고 수필을 썼고 나무 잎사귀가 빛나는 날은 시와 노래도 끼어들었다.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은 어쨌든 감사에 속했다. 때가 되면 내 두 다리로 힘차게 거리에 달려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내게는 대단한 것이었다. 이제 어둡고 칙칙한 동굴은 끝이다. 올 가을 단풍이 유난히 아름다워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기왕이면 치열하게 쓰고 싶고 더 욕심을 부린다면 가슴 저린 모든 이들에게 내 글이..
지난 몇 년 여 동안 나는 거의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앉고 서는 사소한 동작도 혼자의 힘만으로는 너무 벅찼다.
한약봉지가 넘어져 침대 시트가 엉망이 되어도 옴짝할 수가 없었다.
몸 형편은 그랬을지라도 빈 집을 지키는 시간이 많다보니 넘치는 건 풍성한 생각뿐이었다.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소설을 쓰고 수필을 썼고 나무 잎사귀가 빛나는 날은 시와 노래도 끼어들었다.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은 어쨌든 감사에 속했다. 때가 되면 내 두 다리로 힘차게 거리에 달려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내게는 대단한 것이었다.
이제 어둡고 칙칙한 동굴은 끝이다. 올 가을 단풍이 유난히 아름다워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기왕이면 치열하게 쓰고 싶고 더 욕심을 부린다면 가슴 저린 모든 이들에게 내 글이 늘 미소이며 온기이고 싶다.
이 책이 선보이기까지 애써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 변영희, 책머리글 <작가의 말>
■ 변영희
△청주 출생
△《문예운동》 소설, 《한국수필》 수필 등단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의 집‧서울 회원
△한국수필문학상, 손소희소설문학상, 제4회무궁화문학상대상 수상
△장편소설 『마흔넷의 반란』 『황홀한 외출』 『오년 후』 『사랑, 파도를 넘다』
△소설집 『영혼 사진관』 『한국소설베스트선집 2』
△수필집 『비오는 밤의 꽃다발』 『애인 없으세요?』 『문득 외로움이』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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