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를 쓴다.
생生은 반드시 아플 때가 있다. 그래서 마음을 쉬게 하면서 또 채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평범한 일상의 일이 아니더라도 온전히 좋은 그런 가슴 뛰게 하는 게 하나쯤 있으면 살아갈 만한 거 같아서 나는 시를 쓰고 시를 읽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내 시 한 편이 모래사장과 같이 수많은 사람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의 마음속에라도 머물러 있기는 한가, 아직 확신하기 어렵지만. 한 줄의 시에서 한 개의 시어에서 몇 날 며칠 두통을 앓듯 번민하면서 머릿속에 이고 있을 땐 정말이지 고통과 인내일 수밖에 없는 게 나의 시 쓰기 습관인 것 같다.
이렇게 모아 놓은 덤불이 1,500여 수를 훨씬 넘는 내 시조의 지푸라기들이다. 좀 익은 듯싶은 생각으로 들춰 본 세상은 모두가 자기 것 챙기기 바쁘지만 그런 가운데도 세상과 자연 속에 사는 대부분은 착한 모습들이다. 그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그 이름 없는 그리움들의 존재가 드리워진 곳 한 자락 시로서 바라볼 수 있어서 더 아름다운 것. 한 줄의 시로도 가슴에 노래가 되고 위로가 된다면 더없는 보람일 것이다. 이 소품의 시집 한 권이지만 누구 한 분이라도 한 줄 읽으면서 충만한 힘을 가질 수 있다면 희망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기대에서 나는 오늘도 시를 쓴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쓴 시보다 쓰지 않은 시가 더 좋을 것 같아서…
― <머리말>
■ 김태희
△충북 충주 출생
△1985년 중앙일보 시조백일장(8회 입상)으로 문학 활동. 월간 《문학저널》 시조 등단
△한국문인협회 정책개발위원. (사)한국시조협회 이사
△《문학저널》 신인문학상 심사위원(시조). 《푸른문학》 자문위원
△무궁화문학상, 한국문학신문 시조대상, 한국시조협회 문학상·작품상, 후백황금찬시문학상 수상
△시조집 『달래강 여울 소리』 『그날의 소금밭』 『창가에 정형을 들이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