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몇 장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몇 년 동안 힘겨운 일들이 많았지만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지탱해 주었다. 늦게 등단해서 열심히 글을 쓰며 살아온 지난날들이 눈물겹도록 감사하다.
돌이킨 걸음 되돌려 그 시간 그 자리로 돌아간다면 나는 처음 펜을 잡았던 그 작은 책상머리 앞에 앉고 싶다.
책상 앞에서 여린 어깨로 내 인생의 첫 문장을 새롭게 써보고 싶다. 흐르는 강물처럼 반짝이는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푸른 잎처럼 싱그럽고 생명감 있는 문장을.
이즈음에 이르고 보니 내 문장에는 슬픔이 많았구나 싶다. 다 깎여버려 작아진 몽당연필을 볼펜에 끼워 다시 쓰던 그 연필의 시간이 지금이 아닐까. 닮아버린 영혼으로 써나가는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더욱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진 이야기로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 이야기 곁에는 강물처럼 반짝이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너무나 많다. 힘겨운 걸음에 기꺼이 함께해준 그들이 내 곁에 있어 너무나 고맙다. 그들에게 이 여분의 이야기로 가을 안부를 전하고 싶다. 내가 그대들을 많이 사랑한다고….
― 가람 박문자, 책머리글 <책머리에>
● 가람 박문자
△경남 거제 출생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문학과의식》 수필(1993), 《문예운동》 시(2012) 등단
△부산문인협회 자문위원·이사, 부산여성문학인회 부회장,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수필문인협회 부회장, 금정문학회 회장, 부산수필낭송문학회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발전기획위원. 부산수필가협회 부회장. (사)영호남수필문학회 상임이사. YWCA물소리문학회 회장. 부경수필문인협회 회장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여성문학상, 동백문학상, 문예시대작가상, 부산한국수필문학상 본상, 부산광역시문인협회 부산문학상 본상, 부산가톨릭문학상 본상, 부경수필문학상, (사)영호남수필문학회창립회장 문학대상,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 수상
△수필집 『인연의 바다』 외 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