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으로 은퇴한 뒤 노후를 보람 있고 즐겁게 보낼 길은 무엇일까? 노년을 즐겁게 사는 길은 친지들과 부부동반 국내외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여행은 추억을 만드는 호기심의 만족이요, 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이요, 견문을 넓혀 새로운 지식을 얻는 기쁨이다. 낯선 거리, 가보지 못한 산천, 미지의 땅을 여행하면서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은 본능적인 즐거움이다. 처음 가는 곳은 호기심과 기대로 가슴이 부푼다. 여행 속에 낭만이 있고 감상이 있고 향수가 있다. 떠가는 구름과 흐르는 물처럼 자유로운 심정으로 즐길 수 있는 여행의 진미는 해방감에 있다.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고달픈 인생살이에서의 해방이다. 나는 그 맛에 여행을 한다.
하늘 교통의 발달로 세계는 한 나라처럼 가까워졌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경선이 무너졌다. 지구촌 시대가 되었다. 아시아권은 5시간 이내에, 유럽이나 남·북아메리카, 호주도 10시간 내외면 날아갈 수 있다. 세계가 하루 생활권이 되었다. 외국 여행은 낭비가 아니다. 민간교류를 통해서 친선과 한류, 무역 열풍을 일으킨다. 이색적인 유적, 산, 호수, 절경絶景을 감상하는 기쁨을 만끽한다. 중국 구체구, 4천m 고산 지대에 숨어있는 황룡산에 잠든 아쿠아, 코발트, 비취색, 연두색, 파란색 오채 호수는 삼림과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했다. 황산 서해협곡은 진정한 동양의 산수화가 골짜기마다 숨어있는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열 배가 넘는 만학천봉萬壑千峰이요 기승봉래奇勝蓬萊의 절경이었다. 또한 방문국의 역사, 문화, 사회, 자연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 전자 제품이나 자동차가 외국 시장에 넘쳐나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다. 국외 여행을 하면 국가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가까운 일본 여행은 많이 권장하고 싶다. 일본인의 친절성, 준법성, 청결성 등 본받아야 할 점이 많다. 나는 일본 5회, 중국 5회, 태국 2회, 동남아 4개국,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등을 여행하면서 풍경과 사회상을 보고 깨달은 바가 많다. 그동안 세 대륙을 다니며 취재한 본 대로 느낀 대로, 틈틈이 써놓았던 졸작을 『지구촌 문화기행』이라는 해외 기행수필집을 펴내기로 했다. 내가 돌아본 나라들의 자연과 문화와 지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된 요즈음, 나의 둔필鈍筆로 독자들에게 얼마나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선다. 조금이나마 독자들이 공감한다면 다행으로 생각한다.
― 이윤상, 책머리글 <작가의 말> 중에서
■ 이윤상 수필가
△정읍 출생(1942)
△전주사범학교 졸업. 고려대 교육학석사. 서울대 교육행정연수원 수료
△《새교실》 추천(1980). 《문예운동》 수필 등단(2003)
△행촌수필, 청하문학, 전북문단 회원
△교직 43년 봉직(전주북초등학교장으로 정년). 국어교육자료 5종 공동 개발. 한국교총대의원, 통일교육위원, 새교육공동체 리포터 역임. 전북 서예전람회 5회 입상
△수필집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