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이 이성을 만나 사랑하면서 천차만별로 변화하여 나타나는 것을 가지고 조금도 슬퍼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사랑이 운명에 따라 진화되는 것인 만큼 사랑의 길은 고달픈 여정의 부분인 것은 분명하다고 여길 뿐이다.
나는 사랑이 생명현상(生命現狀)중에서 가장 신비스럽고 또 가장 숭고한 것으로서 다 같은 사랑이라도 육체의 결합을 목적으로 하는 사랑은 일시적인 존재를 인식하는 데서 그친다고 생각한다.
육체를 떠난다는 것은 결국은 동물적 본능을 떠난다는 말로서 육체를 떠나지 않기 위하여 정신적으로 사랑할 때에 그것이 비로소 황금색을 띤 사랑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 동정, 기쁨, 슬픔 등등 아주 부드러운 감정만으로 문학적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말년에 톨스토이의 단편소설에서 많이 접하는 것을 볼 수 있어, 내가 쓴 이 소설이 영향을 받은 것하고 무관(無關)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때문인지 1989년에 시집 ‘바람으로 누운 갈대’를 가지고 문단에 나와 30여 년 가까이 시를 쓰면서 개인시집 20권, 동인시집 22권 거의가 사랑을 주재로 각인시킨 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고 김병걸 교수님에게 사사를 받으며 쓴 소설은 한참이나 위로 거슬러 1964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4년 전 학보 창간호에 ‘생의 의미’를 발표한 뒤 3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소설가에 꿈을 버릴 수 없어, 단편소설 ‘덫’으로 월간 한맥문학을 통해 1995년 5월호에 등단하여 중·단편소설 30여 편을 남겼다.
창작한 중·단편소설 30여 편은 10여 편으로 나누어 ‘이브의 사과를 벗기는 여자’, ‘갈대는 지금도 흔들린다’, ‘그리고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로 3권을 묶어 이미 창작집으로 발간되었다.
또한 장편소설로는 한국 최초로 에이즈에 대한 소재로 한국에이즈연맹과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서 자문을 받아 쓴 ‘집시의 연인’은 월간 한맥문학 1997년 1월호부터 1999년 5월호까지 원고지 3000매를 가지고, 한 달에 원고지 100매 분량으로 30회를 연재하는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이어서 북부연합신문에 ‘도요새의 비가’로 다년간 연재를 마쳤다. 그러나 월간 문예지 글사랑문학에 연재하던 ‘딸아 사랑하는 내 딸아’는 회사가 경영으로 어려워 중도에 연재를 마치지 못 하는 비운(悲運)을 맞았지만, 지금은 그 작품도 모두 완성되어 소중하게 간직하는 등 내가 쓴 장편소설들은 연재물이라는 관념을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연재소설이라는 것에 관련된 여러 가지 제한도 없이 이번 발표하는 ‘사랑의 미로’는 최근까지 5년여 가까이 쓰고 일 년여 가까이 수정을 하였기에 이 소설을 읽고 진실한 사랑이 어떠한 것인지를 독자가 ‘사랑의 의미’를 터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 <머리말>
■ 서정(瑞靖) 이효녕
△명예문학박사
△한국서정문인협회장. 타래시동인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전국문학창작공모전 대상, 경기도지사상, 한맥문학상 본상, 경기문학상 우수상, 한하운문학상 대상, 노천명문학상 대상, 고양시문화상(예술부문) 수상
△시집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 외 15권
△소설집 『이브의 사과를 벗기는 여자』 외 3권
△시비(詩碑): 목포 국립해양대학교 내 시비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