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를 넘기고서야 이름 없이 피었다 지는 들풀이 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세울 것이 없으니 한참을 망 서렸다. 생의 뒤편으로 일제의 억압과 6·25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자로 살아가기가 녹녹치만은 않았다. 못 본 척, 못들은 척, 없는 듯이 그림자로 살아야 했다. 늦었지만 탈출구가 필요했을까 한참 늦은 나이에 문학공부를 시작하였다. 수필은 소설이나 시하고는 장르가 달랐다. 정직을 모토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벽에 부딪혔다. 도리 켜 보면 부끄러움뿐인데 하필 수필을 시작했을까
긴 밤을 새우기도 했다. 요즘 문하생들은 이미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다 보니 한참 빠르다. 오, 육년을 문학에 매달리고서야 시와 수필로 등단을 했다.
에세이는 처녀작으로 전자책 유년의 고향을 출간하고 두 번째로 그 봄 그 날 그 기차를 출간하고 세 번째로 남편의 딴 주머니를 출간하게 되었다. 기죽어 살던 내가 시집에 이어 산문집을 내다니 한풀이를 한 셈이다. 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둥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오늘을 있게 한 한국수필 정목일 이사장님과 권남희 편집주간님과 문우님들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임선자, 책머리글 <작가의 말>
■ 임선자
△《한국문인》 시(2009), 《한국수필》 수필(2013)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지용문학회 회원
△시집 『민달팽이』, 『도둑맞은 엉덩이』 외 다수
△동시 『꾀병』, 『완두콩 가족』(전자책)
△수필집 『유년의 고향』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