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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똥

수반에 담긴 행운목 같은 것이 인생이더라, 아니 슬픔을 어루만져야 꽃이 되더라, 라고 다시 마음의 문장을 고칩니다. 바람이 물어다 놓은 길에 휑하니 뚫린 슬픔의 통로가 지중해까지 이어진 것이 인생이라고, 그 길 위에서 꽃이 되고자 바람과 구름을 반죽합니다. 왜 그토록 바람風이란 단어에, 그 보이지 않는 몸집에, 오랜 세월 마음을 빼앗기고 있을까 또 생각해 봅니다. 바람이 꽃을 피우고 바람이 공기를 순환시키는, 그 매력만은 아닐 것입니다.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하루, 진로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삶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겠지요. 오늘도 수반에 놓인 행운목과 교우합니다. 15cm 정도만 남고 아래위가 잘린 단단한 나무토막에서 새순이 밀고 올라와 나래를 폅니다. 그 나무에서 푸른 구름이 둥실..
수반에 담긴 행운목 같은 것이 인생이더라, 아니 슬픔을 어루만져야 꽃이 되더라, 라고 다시 마음의 문장을 고칩니다. 바람이 물어다 놓은 길에 휑하니 뚫린 슬픔의 통로가 지중해까지 이어진 것이 인생이라고, 그 길 위에서 꽃이 되고자 바람과 구름을 반죽합니다.
왜 그토록 바람風이란 단어에, 그 보이지 않는 몸집에, 오랜 세월 마음을 빼앗기고 있을까 또 생각해 봅니다. 바람이 꽃을 피우고 바람이 공기를 순환시키는, 그 매력만은 아닐 것입니다.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하루, 진로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삶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겠지요.
오늘도 수반에 놓인 행운목과 교우합니다. 15cm 정도만 남고 아래위가 잘린 단단한 나무토막에서 새순이 밀고 올라와 나래를 폅니다.
그 나무에서 푸른 구름이 둥실 떠오릅니다. 잘려 버려진 것들이 싹을 틔우고 생명이 되는 이 눈부신 시간 앞에서 가끔은 할 말을 잃어 버립니다.
투명한 유리그릇 속에서 부동자세로 앉아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행운목,
사람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나무의 삶이 이토록 절절한 것도 제가 바람을 좋아하는 이유가 되겠지요. 경계가 없이, 경계를 허무는 바람처럼 제 상처를 다스린 것들이 詩가 되기를 바랍니다.
잎 하나가 나무 전부가 아니듯, 바람 또한 숲속에서만 울부짖는 것은 아닙니다.
창문을 닫아도 바람은 불고 마음을 닫아도 사랑은 내 안에 먼저 와 있습니다. 다만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이 세상 일부를 발효시킨다는 소로우의 말처럼, 독자의 가슴에 한 문장이라도 기억되길 바랄 뿐입니다. 속울음을 다 받아들인 나무의 뿌리처럼, 햇빛을 다 받아들인 푸른 잎처럼, 탄력 있는 시간과 허물어져 곪은 시간을 엮은 ‘부끄러움’ 하나 더 세상 밖으로 내놓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이런 사람을 늘 격려해 주고 다독여 주며, 함께 하는 가족과 지인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 조윤주, 책머리글 <시인의 말>
● 조윤주 시인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예술세계》 등단(1998)
△한국문인협회, 현대시학 회원
△오늘신문 객원기자. 조윤주시인의꽃갤러리 대표
△시집 『미완성의 노래가 그녀를 일으켜 세운다』 『꽃똥』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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