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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판에 서서

제 13 경구집 저자의 말 감회가 새롭다. 솔 나무는 상록수라 이파리가 떨어질 줄을 몰랐는데 눈에 현저히 보이지는 않아도 찬바람에 부딪히면 벌겋게 마르고 수리 들어 가지로부터 아쉬운 별리를 고하고 떨어져 갈퀴의 밥이 됨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거대한 재목은 아니지만 다복하고 야무진 한 그루 반송으로 영영 늙지 않고 시들지 않는 멋진 상록수로 남고 싶었는데 바람이란 놈은 친구인척하면서 가만 놔두질 않고 내 심장을 갉아 제 배를 채우려든다. 어느 날 아침이면 자리가 수북하다. 강풍을 일으켜 잎사귀를 흔들고 이 몸체까지 흔들어 가지가 꺾이고 뿌리까지 흔들려 비명소리 귀를 찢는 때가 어디 한두 번이던가, 생각하면 울분이 키를 넘지만 인고의 입술을 깨무는 것이 다반사다. 거센 바람에 못 이겨 ..
제 13 경구집 저자의 말 감회가 새롭다.
솔 나무는 상록수라 이파리가 떨어질 줄을 몰랐는데 눈에 현저히 보이지는 않아도 찬바람에 부딪히면 벌겋게 마르고 수리 들어 가지로부터 아쉬운 별리를 고하고 떨어져 갈퀴의 밥이 됨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거대한 재목은 아니지만 다복하고 야무진 한 그루 반송으로 영영 늙지 않고 시들지 않는 멋진 상록수로 남고 싶었는데 바람이란 놈은 친구인척하면서 가만 놔두질 않고 내 심장을 갉아 제 배를 채우려든다.
어느 날 아침이면 자리가 수북하다. 강풍을 일으켜 잎사귀를 흔들고 이 몸체까지 흔들어 가지가 꺾이고 뿌리까지 흔들려 비명소리 귀를 찢는 때가 어디 한두 번이던가, 생각하면 울분이 키를 넘지만 인고의 입술을 깨무는 것이 다반사다.
거센 바람에 못 이겨 몸체는 낡고 늙어 껍질은 푸석푸석 솔잎은 수리 들어 땅 바닥에 뒹굴어 갈키 밥이 될 지라고 우듬지는 해마다 돋고 솟아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속심은 육체가 그리운지 편들고 나서니 말릴 수가 없다.
한탄하고 애달파하지만 작심의 힘은 근간이 흔들리고 자기의 몸 하나 이기지 못하는 의기는 바람에 말려 소진되는 것이 삶이 아닌가 싶다가도 푸르게 청청 살려했는데 필력마저 기가 약하니 애달프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 기력 많이도 써먹어서 추호도 후회는 없다.
오늘을 올곧게 상록수 바라보며 내일을 준비하련다.
― <머리말>
■ 신송 이옥천
△《한울문학》 시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동대문문인협회 이사. 시인시대 회장 2회 연임. 국제펜한국본부 대외협력위원회 고문. 한국문인협회 전자문학위원. 사)가교문학 고문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전자저술상, 한국전자문학상, 국제펜詩명인상, 한국재능나눔詩명인대상, 대한민국녹색CEO대상 수상. 한국문학방송 명예의전당 詩 헌액
△시집 『편자 소리』 『골리수 나무』 『아란야(阿蘭若)의 의자』 등 42권
△경구집 『삶의 양식』(1~4집) 등 12권
△은유집 『詩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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