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거실 탁자 위에 놓인 둥근 지구의地球儀를 보며 나라밖의 세상을 생각하곤 한다. 그 지구의를 보며 내 발자국이 찍힌 곳을 더듬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지구는 넓고 사람은 많으며, 소일거리도 다양했다. 가는 곳마다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도 푸짐했다. 나라마다 모든 게 달라서 늘 새로운 기분에 젖으며 지구촌을 누빌 수 있었다. 지구촌 여행은 그래서 좋았다.
심심산골 시골에서 태어나는 바람에 기차나 배도 보지 못하고 자란 내가 어른이 되어서는 5대양 6대주를 많이도 싸돌아다녔다. 돌이켜 보니 행복한 삶이었다. 그래도 안 가본 곳이 가본 곳보다 훨씬 더 많지만, 시골 출신인 내 딴엔 꽤나 많이 돌아다녔다. 지구촌이 좁다는 듯 누비고 다녔다.
백인이 사는 나라, 황인이 사는 나라, 흑인이 사는 나라, 두루두루 가 보았다. 다녀와서는 꼭 몇 편씩 기행문을 남겼는데, 그 원고가 많이 쌓였다. 그러나 내 나이 50대 후반에 프랑스, 이탈리아, 로마, 영국 등 서유럽 여러 나라를 다녀와서는 어쩐 일인지 한 편도 기행문을 쓰지 못했다. 아쉬운 일이다. KBS에서 정년퇴직 기념으로 보내준 여행인데 기록으로 남기지 못해 안타깝다. 또 남아메리카도 갈 기회가 없었다. 이제나 저제나 미루다가 그리 되었다.
나는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기행문을 쓸 때마다 최남선, 이광수, 정비석 같은 유명 작가들이 이 시대에 살면서 지구촌을 누비고 세계여행기를 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곤 한다. 그랬더라면 우리나라의 독자들도 무척이나 행복했을 텐데….
내 비록 그 선배작가들의 능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쉬운 대로 이렇게나마 기행문을 모아 한 권의 기행수필집으로 남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앞으로 나의 꿈이 있다면 한반도가 평화지대가 되어 남과 북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는 날, 나는 내 승용차를 몰고 북녘 땅의 명승고적을 두루두루 돌아보며 또 한 권의 기행수필집을 엮고 싶다. 그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 <머리말>
■ 김학 수필가
△《월간문학》 수필 등단(1980)
△전북수필문학회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회장, 전북문인협회장, 전북펜클럽창립회장 역임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이사. 《대한문학》 회장
△행촌수필문학회 창립·지도교수.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창립·지도교수. 꽃밭정이수필문학회창립·지도교수
△방송수필집 《밤의 여로》①·②
△수필집 《철부지의 사랑 연습》 외 다수
△수필평론집《수필의 맛 수필의 멋》 외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