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 잘린 상처도/ 아픔과 함께 그 흔적까지/ 세월이 지나면 묻혀버리고/ 겉으로 보기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잊혀진다.// 그 나무를 켜 판자가 되면/ 놀랍게도 고스란히 숨어 있었음을 알고/ 다시 한 번 놀란다.// 옹이가 되어 무늬로 되살아나고/ 그 아름다운 무늬는 더욱 돋보인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일을/ 이리도 곱게 다듬을 수 있다는 사실/ 그 값진 상처의 고마움을/ 나는 더욱 아끼고 싶다.// 더 오래 가고/ 더 아름다운 삶의 흔적으로/ 더욱 단단한 나로 키워주는/ 아름다운 상처로 남기고 싶다.
― 한금산, 책머리글 <자서> 중에서
한금산 시인의 시 속에는 함축적(含蓄的)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깊이가 있으면서도 그것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다.
한금산 시인의 시 속에는 강한 휴머니즘이 깔려 있다. 따라서 그의 시를 읽다보면 한결같이 정감어린 고향 사람들 즉 나의 어린 시절과 만나게 된다. 그것은 그만큼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순박한 시골 사람들과 그곳의 풍경을 통하여 긍정적인 생각을 지닌 자신의 휴머니티를 표현하고자 한 의도에서 말미암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그가 접하는 대상에 대한 시선은 부정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일단 대상을 긍정한 뒤에 그것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의 시 속에는 인간의 냄새가 풍길 뿐 아니라, 서정성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한금산 시인의 시는 짜임새가 있고 훈훈한 토속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시가 짜임새 있다는 것은 시상이 흐트러져 있지 않고 정제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본인의 논리적 사고와 관련되는 것인데, 그러한 경지는 부단한 노력이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그는 오랜 세월을 시를 위하여 구도적인 노력으로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시에는 다른 사람의 시에서 맡을 수 없는 고향의 향수가 물씬 풍긴다. 그 향수는 그가 많이 사용하는 토속에서 연유한다. 정감어린 토속어는 된장찌개가 풍기는 냄새처럼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토속어의 사용은 또한 시골의 정경을 그만큼 정확하게 형상화 했을 뿐 아니라 그만큼 주제를 잘 살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비록 소설가의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20세기 프랑스 문단에서 신지방주의 문학가로 이름을 날린 휘르디낭 라뮤의 작품이 독자들로부터 크게 각광을 받았다는 이유의 하나가 포도경작지로 이름이 있는 「보」지방의 농촌의 토속어를 12분 구사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금산 시인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용어가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그가 그만큼 작품에 대한 정확한 기법을 터득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비록 그 시적 출발은 늦었다고 하지만, 그의 앞에는 무한한 희망의 지평이 열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송백헌(문학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 <평설> 중에서
● 한금산
△강원도 인제 출생
△춘천사범학교, 한국방송통신대, 충남대 교육대학원
△강원일보를 통해 문학 활동 시작(1963)
△명동문학회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제도개선위원. 대전문인총연합회 감사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동시문학회, 대전문인협회, 대전아동문학회, 한밭아동문학가협회 회원
△초·중·고 교직생활로 정년
△대전광역시문화상(문학), 한국문학시대문학상 대상, 한밭아동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수상. 한국문학방송 명예의전당(동시) 헌액
△(재)대전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판비 지원 받음
△시집 『낙엽 속의 호수』 『내린천 서정』 『여울물 소리』 『어머니의 달걀』 『겨울 바다를 팔아요』
△동시집 『다람쥐 운동장』 『하늘도 잠을 자야지』 『별씨 뿌리기』 『그냥 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