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새집을 만들어 나무에 걸어놓고 산새가 날아와 집을 짓기를 기다렸다.
며칠 후 어치 한 쌍이 집 지을 재료를 물어 날랐다. 집을 반도 짓지 못했는데 어치 부부는 더 이상 집을 짓지 않았다.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이 어치에게는 위험 부담이 되었나보다.
산토끼가 밭 가운데까지 내려왔다. 소리 나지 않게 토끼의 움직임을 살폈다. 어쩌다 토끼의 눈과 마주쳤다. 나를 본 토끼는 울타리를 뛰어 넘어 산속으로 도망갔다.
그 때의 서운함을 생각하며 아직도 나를 믿어주지 못하는 그들을 탓하기보다 믿음을 주지 못한 내가 더 미워진다.
내 마음은 동심으로 돌아가 예쁜 글을 쓰고 싶지만 오히려 어린이는 내 마음을 못 믿어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산새 어치와 산토끼가 나를 믿어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치와 산토끼가 나를 믿어줄 때까지, 동심에 감동을 주는 글을 쓰기 위해 나를 닦아가고 싶다.
덜 닦아진 글이지만 가까이 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펴낸다.
― 한금산, 머리말 <모두와 가까와졌으면> 중에서
● 한금산
△강원도 인제 출생
△춘천사범학교, 한국방송통신대, 충남대 교육대학원
△강원일보를 통해 문학 활동 시작(1963)
△명동문학회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제도개선위원. 대전문인총연합회 감사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동시문학회, 대전문인협회, 대전아동문학회, 한밭아동문학가협회 회원
△초·중·고 교직생활로 정년
△대전광역시문화상(문학), 한국문학시대문학상 대상, 한밭아동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수상. 한국문학방송 명예의전당(동시) 헌액
△(재)대전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판비 지원 받음
△시집 『낙엽 속의 호수』 『내린천 서정』 『여울물 소리』 『어머니의 달걀』 『겨울 바다를 팔아요』
△동시집 『다람쥐 운동장』 『하늘도 잠을 자야지』 『별씨 뿌리기』 『그냥 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