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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절씨구

까닭 없이 미루지 말고 불필요한 짬 아껴서 지금부터 읽으면서 마음껏 즐기소서. ― 황장진, 책머리글 <까불지 마> 중에서 심주사의 손가락질에 소주 네 병과 맥주잔들이 쟁반에 쩽그렁 담긴다. 이로 병을 뚝뚝 딴다. 한 병에 두 잔씩 찰랑찰랑 따른다. “자, 얼씨구절씨구!” 목구멍사정 뱃속사정이야 알 바 없다. 벌컥벌컥 쏟아 붓는다, 두 잔씩. 임자 잘못 만난 목과 위들이 불쌍타. “잘 가…” 소릴 신호로 죄다 100m 스타트다. 각자 아침에 눈비비고 나왔던 곳을 향해서 달린다. 임자 있는 몸의 집은 대문이 스르르 열리지만, 그렇잖은 우리네 하숙생은 담을 뛰어 넘는 게 상책이다. “쿵”소리에 맞춰 “애~앵~~~”거리며 사이렌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면서 온천지의 고요를 깬다. 잠귀 밝은 문간방..
까닭 없이 미루지 말고
불필요한 짬 아껴서
지금부터 읽으면서
마음껏 즐기소서.
― 황장진, 책머리글 <까불지 마> 중에서

심주사의 손가락질에 소주 네 병과 맥주잔들이 쟁반에 쩽그렁 담긴다. 이로 병을 뚝뚝 딴다. 한 병에 두 잔씩 찰랑찰랑 따른다.
“자, 얼씨구절씨구!”
목구멍사정 뱃속사정이야 알 바 없다. 벌컥벌컥 쏟아 붓는다, 두 잔씩. 임자 잘못 만난 목과 위들이 불쌍타.
“잘 가…” 소릴 신호로 죄다 100m 스타트다. 각자 아침에 눈비비고 나왔던 곳을 향해서 달린다. 임자 있는 몸의 집은 대문이 스르르 열리지만, 그렇잖은 우리네 하숙생은 담을 뛰어 넘는 게 상책이다.
“쿵”소리에 맞춰 “애~앵~~~”거리며 사이렌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면서 온천지의 고요를 깬다. 잠귀 밝은 문간방 할머니도 ‘어험’ 하지 않고, 누렁이도 ‘깨갱’하지 않는데 이웃집 개들만 산지사방에서 컹컹댄다. 한두 번 ‘쿵’소리를 들은 것도 아닐 텐데 멍청하게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한다.
‘후우… 오늘도 무사히….’
안도의 숨인지, 술이 휘둘러선지 헐떡거리며 방문을 후다닥 열고 바닥에 벌렁 드러눕는다.
― 본문 수필 <통금> 중에서
■ 황장진 수필가
△≪문학세계≫ 신인상(1991) ≪수필문학≫ 천료(1999)
△강원수필문학회장·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역임
△수필문학추천작가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강원지회 이사. 강원수필문학회 고문
△수필집 『얼씨구 절씨구』, 『산정에 머문 바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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