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결국 독자의 몫으로 남겨져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기에 시인의 시정신이 가열하면 할수록 독자의 몫은 그만큼 배가될 것이 자명하다. 어쨌든 나는 감히 그런 생각으로 우리 고유의 겨레시인 시조에 매달려 나름대로의 열정을 불태워 왔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의미와 가락이 최상의 이중주로 어우러져야 하는 시조의 경지에 제대로 開眼되지 못한 안타까움 때문에 얼마나 많이 절망했던가? 이 책 5부의 작품들은 소위 추천, 신인상 등의 도전을 통해 거듭나기를 다짐했던 아픈 자취를 모은 것들이다.
새로운 발심으로 시조의 길에 들어선 지 8년 남짓 동안 한 권의 수상작품집(南冥文學賞 新人賞)은 별도로 하고 500여편의 습작, 그 절반쯤의 지면 발표, 또 그 중 굳이 91편을 가려 여기에 묶는다. 그것은 금세기의 세기말에 본격 돌입하는 시대적 분기점을 확인하면서 작업년도를 기억하고 뜻깊게 여기려는 치기 못지않게 또 다른 출발점을 확실히 하고 싶은 때문이다. 좌우간 좋은 시조는 지은이나 독자에게나 영혼의 어둠 속에 따뜻한 불빛 한줄기가 비추이는 것과 같아야 하리란 나의 생각이 될수록 많은 이들과 공감되어졌으면 한다. 그러므로 이 작업은 우선 나 자신이 시조의 열린 세계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되고 독자들껜 그 곁으로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고 싶은 등불 하나를 켜는 일이 된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아무튼 아직 덜 여문 풋내나, 어딘가 화농되어 문드러지고 있는 상처를 수술하지 못한 것처럼 보일 결점도 앞으로 조금씩 극복해 가면서 마침내 나의 몫이 아닌 독자의 몫으로 시조다운 시조를 과연 몇 편이나 남길 수 있을 것인가….’
이 순간 남은 생애의 지표로서, 영원히 맞서야만 될 운명으로서 언제까지나 엄숙히 자문할 것임을 하늘의 별빛으로 가슴속 등불을 점등하듯 홀로 다짐한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이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해설을 써주신 徐伐 선생님, 이 시조집의 발간을 도와주신 문예진흥원과 도서출판 白象의 白利雲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강호인, 독자를 위하여(책머리글) <가슴속 등불 켜기> 중에서
● 강호인 시조시인
△경남 산청 출생(1950)
△진주고, 진주교대 졸업. 경남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석사)
△《현대문학》창간 30주년기념지상백일장 입상,《현대시조》(1985),《시조문학》·《새교실》추천(1986),《시대문학》(1988),《월간문학》(1989) 당선
△초등학교 37년간 봉직·명퇴
△경남시조시인협회장, 마산문인협회 회장 역임
△경남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회원
△마산교육상, 참교육자상, 경남교육상, 남명문학상, 마산시문화상, 성파시조문학상, 경남시조문학상, 시민불교문화상, 한국문학발전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감사패
△시집『山天齊에 신끈 풀고』,『따뜻한 등불 하나』,『그리운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