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는 아침나절 까마귀 왜 울어쌌나
누구 하나 떠나가나보다
때 묻도록 걸치던 옷 지붕에다 벗어두고 서러운 서러운 이승 하직하는 날
환히 웃는 꽃도 방울 방울 눈물로 피고 쏟아지는 빛살도 깜깜한 어둠으로 오고
꽃상여 가는 길만 붉게 타오르는데
헝클어진 머리카락 풀려 땅에 끌리고
손톱도 발톱도 쑥쑥 길어나
몇 천 리는 더 가고 남을 신발 가득 넘치는데 누구 하나 기어이 떠나가나보다
청산에 걸린 흰 구름밭에 펄렁이는 만장으로
― 본문 시 <만가>
■ 김석규(金晳圭)
△경남 함양 출생(1941)
△부산사대, 부산대 교육대학원 졸업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1965). 《현대문학》 등단
△경남교육청 장학사, 중·고교 교장, 울산광역시교육청 장학관, 교육국장 등 역임
△경남도문화상, 현대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부산시문화상, 한국시학상 등 수상. 황조근정훈장 수훈
△시집 『풀잎』, 『먼 그대에게』, 『햇빛 탁발』, 『새벽의 시』 외 4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