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적 관심은 사물의 세계다.
존재론적 의미에서 사물의 세계는 무한한 개방성과 공개 된 비밀이라는 신비함과 내면적 잠재성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져 왔다. 시적 추구 대상의 무한성과 그 가능성은 내가 언제 부터인지도 모르게 깊이 매료 되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승화, 절제, 여과의 과정도 없이 거칠게 토로된 개인적인 언어(시작품)에 식상한 탓도 있겠지만 변화무쌍한 시대상황이나 폭포처럼 쏟아지는 정보에 노출 된 우리 시대에 정제 되지 않는 사사로운 개인적 감정에 누가 관심 써 주겠는가 싶다.
제4시집을 전자책으로 엮었다.
제1장은 그동안 발표 되었던 시를 섞어 삶에 대한 나의 의식을 다룬 것들이고, 제2장은 물물(物物) 시편들로 모았다. “물물”이란, 물물전진(物物全眞)이라는 선가의
말에서 차용하였다. 모든 사물은 그 자체가 진리라는 뜻이다. 시적 사물에 접근하는 나의 생각을 잘 대변해 준다는 점에서 좋은 것이다.
제3장은 이미지(心像) 성향이 강한 시편과 시조 4편을 함께 묶었다.
책 뒤에 “나의 시 나의 시 쓰기”를 첨부하여 후기에 대신하였다.
사물에 관한 나의 시적 시선이 보다 첨예하게 심화되길 스스로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김성열, 책머리글 <자서> 중에서
세계 철학사와 문예사조에서는 일찍부터 감각적 문제가 중요하게 탐색되어 왔다.
진리의 문제를 다루는 인식론에서 대응설의 대표적 견해로 알려진 "감각적 모사설"이라든지, 경험론의 대명제"모든 지식은 감각적 경험으로 부터"라든지, "일찍이 감각 속에 없는 것은 지성 속에도 없다"라든지, "마음의 모든 작용(기억, 사고, 판단 등)은 변용된 감각이다"
‘E.콩디’라든지 "사상도 장미의 향기처럼 감각을 통하여 파악될 수 있다(T.S. Eliot의 '감수성의 통일') 등의 명제들은 감각적 요소를 경시해 온 나에게 많은 걸 시사해 주고 있다.
감각을 통하여 습득된 심적 내용을 표출할 때, 그 또한 감각적인 요소로 구성인자를 삼아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행동과학(심리학)의 S-O-R 이론이 더욱 확실하게 말해준다.(외부의 감각적 자극-유기체-행동으로 표출) 이러한 시론에 기초한 나의 창작의지는 지속적으로 탐색되고 보완될 것이며, 내 詩精神의 이론적 바탕이 되고, 시적 사고의 화두로 남아서 늘 내 정신적 공간에 높이 떠 있는 것이다.
― 김성열, 후기 <나의 시 나의 쓰기> 중에서
■ 山牛김성열(金性烈) 시인
△전북 남원(인월) 출생(1939)
△건국대 정외과
△건국대신문 단편소설 <唯情> 당선(1961). 시문학≫에 수필 <父子> 발표(1985).
≪문예사조≫ 시조(1993), 문학평론(顯承論, 2003), 소설(吟味된 자유, 2007) 신인상
△중국조선민족문학대계(전26권) 편찬위원, 한국현대시대사전(자료집필) 편집위원, 한국문예사조문인협회 이사장(2008~2012), 경기대 사회교육원 시창작과 주임교수 역임
△월간문예사조 편집국장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한국자유시인상, 문예사조문학상 대상, 세계시가야금관왕관상 수상
△시집 『그리운 산하』, 『귀향일기』, 『농기(農旗)』, 『세월의 끝』, 『지하철 내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