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향이 여러 군데다. 충청도는 태어난 곳(부여), 경상도는 중학교(부산중)에 다니고 사업한 곳, 전라도는 대학교(광주대)에 다니고 일가가 많은 곳, 서울은 고등학교(용산고)와 명지대학(전문)과 대학원(경희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니고 경찰생활한 곳, 경기도는 현재 살고 있는 곳(양평), 강원도는 처갓집(양구)이 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곳(강릉)이며 내 문학의 샘(사천진)이 있 는 곳이다. 강릉과 사천진 바닷가를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 온 것도 그 때문이다.
외딴 모래톱에서 철학서적을 읽으며 사색하던 진리 포구. 그곳은 또한 소설을 처음 써본 곳이기도 하다. 이십대 중반이었다. 긴장된 공안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밤을 새우며 습작하던 그 시절은 내 생의 황금기였다. 그곳에서 나는 영원히 살 수 있는 내 나름의 종교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신神이 되어보기도 했다.
이 책은 슬픔이 어떻게 성공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다음은 작중인물의 말이다.
"늬는 너무 착해. 너무 진실되구. 원래 생겨먹은 거이 기래. 늬는 눈물이 많은 놈이거든. 늬는 이 사회의 허점을 찌른 게야. 이 사회를 살아가기에 가장 부적절한 늬가 가장 적절하게 처신한 거디. 늬는 요즘 세상에 아무 쓸모없는 것들을 개디구 묘한 걸 만들어냈어. 일테면 착함, 진실, 연민, 의리 같은 구질구질한 퇴물을 한 솥에 끓여서 묘한 걸 과낸 거라메. 기거이 뭔디 아네? 바로 슬픔이었어. 슬픔이 너를 미치게 한 거라메. 기러니께니 슬픔처럼 오묘한 게 없잖갔어? 슬픔은 못하는 게 없디. 슬픔은 무소불위야."
춘천옥 이야기는 7, 8년 전 두 일간지에서 책으로 내자고 하던 소재다. 그 쓰지 않을 수 없는 내 체험담을 이제야 정리해서 책으로 엮었다. 출간 후에는 2011년 11월 1일부터 KBS 라디오 일일연속극 원작소설로 극화되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 김용만, 작가의 말(책머리글) <태어나서 미안한 존재> 중에서
■ 김용만(金容滿) 소설가
△충남 부여 출생
△광주대 문예창작과,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박사과정) 졸업
△《현대문학》 등단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국제펜클럽 이사. 시사랑문화인협의회 이사. 양평문인협회 고문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방송문예과 교수. 경기대 국문과 초빙교수. 잔아문학박물관 대표. JANA문학사 대표
△박영준문학상, 유승규문학상, 국제펜문학상, 농민문학 대상 등 수상
△장편소설『春川屋 능수엄마』
△소설집 『늰 내 각시더』, 『칼날과 햇살』, 『인간의 시간』 외 다수
△산문집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과 내 허튼소리』, 『93한국문학 작품선』, 『아내가 칼을 들었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