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경구 집을 내면서 희비가 가슴을 스친다.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맑은 날이 언제였는지, 행복하고 즐거운 날은 언제였는지조차도 보이지 않는 것은 늘 구름 끼고 바람 불고 질컥질컥한 황토밭 디디면 디딜수록 빠져들고 구사일생 수렁에서 나오기도 바쁘게 또 다른 아픔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시련은 왜 나에게만 오는 걸까. 얼마나 아파야 눈물이 나는지, 얼마나 뜨거워야 애가 타는지. 그리움은 몇 도나 올라가야 콧물이 흐르는지, 시련은 채찍일까 경고일까 천형일까 비문에 새긴 한이 그립기만하다.
눈물은 왜 나는 걸까. 얼마나 울면 저 안개 걷어내고 밝은 태양 볼 수 있을까, 눈물은 설움인지 아픔의 치유제인지 한을 달레는 진통제인지도 모르겠다.
한바탕 눈물 흘리고 나면 상처는 시나브로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고 전선으로 뛰어든다.
때로는 애태우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그리움의 눈물 앞을 가리고 방향 감각조차 잃고 산천경개 헤매며 방황으로 시린 가슴 식히려고 날뛰던 때가 내 지나온 삶이다.
바람 잘 날 하루도 없고 예측도 기별도 없이 엄습함은 면역을 시험하는 것일까 흔들어 보는 심뽀는 오히려 뿌리만 깊게 만들어 주는지도 모른다.
해는 뜨면 지고 날과 달이 바꾸어도 시련은 어김없이 찾아들어 괴롭히고 흔들어대지만 그렇다고 꼬리 내릴 내가 아니다.
언제는 도전 길이 아니었던가, 지새고 차가워도 결코 시들 수가 없는 이 작은 솔 나무 솔방울 주렁주렁 실컷 열어 고난의 한계를 내게 박수로 다독이고 싶다.
― 머리말 <고난의 한계(限界)>
■ 신송 이옥천
△《한울문학》 시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동대문문인협회 이사. 시인시대 회장 2회 연임. 국제펜한국본부 대외협력위원회 고문. 한국문인협회 전자문학위원. 사)가교문학 고문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전자저술상, 한국전자문학상, 국제펜詩명인상, 한국재능나눔詩명인대상, 대한민국녹색CEO대상 수상. 한국문학방송 명예의전당 詩 헌액
△시집 『편자 소리』 『골리수 나무』 『아란야(阿蘭若)의 의자』 등 42권
△경구집 『삶의 양식』(1~4집) 등 12권
△은유집 『詩의 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