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의 가소로운 우쭐거림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아직은 살아있음을, 무언가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싶어 안달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어느 누구의 삶에든 세 번의 기회는 있다는 말을 변명처럼 잡고 산다.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의 있고, 없고가 삶의 질을 좌지우지한다는 각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많이 늦었지만 이 출간이 그 기회중 하나이면 좋겠다. 사실 15,6년 쯤 전, 비슷한 기회가 없지 않았지만 당시엔 분별력이 어리석음에 가려져있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글이란 걸 쓰는 인구가 몇이나 될까? 아마 수백만에 이를 것이다. 개중에는 떠들썩하게 공명을 떨친 이도 있을 것이고 그저 밥술이나 챙기는 사람들도 많을 터이다. 나처럼 그 축에도 끼지 못하는 부류는 훨씬 더 많을 것이고.
20대 국회의원과 문체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시인은 ‘접시꽃 당신’이 발표되기 전에는 거의 무명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 한 사람, 요절한 고 김광석의 노래로 잘 알려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쓴 시인 류근도 TV프로그램에 패널로 고정 출연, 탁월한 입담을 과시하며 유명인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찾아 온 기회를 잘 포착해서 삶의 질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그들에게 있는 능력이, 기회가 내게만 과분한 것이지는 않을 것이다.
자격지심을 자존심으로 감추려는 뻔뻔한 주제이긴 해도 염치까지 없진 않아 책 제목을 ‘어느 루저의 넋두리 한 마당’으로 정하고 싶었다. 주변의 당연한 만류가 있었고 고질적인 타협에의 근성으로 속내를 접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여류 문사 한분의 책이 10권에 이르고 있음을 본 것도 타협에 힘을 보탰으리라. 그 성실한 열정에 부끄러움과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게으른 천성과 부족한 열정 탓에 그렇게는 못해도 이번에 수록하지 못한 글과 새로 쓰는 글들을 취합해 2권까지는 내고 싶다. 의술의 비약적인 발전 탓에 평균수명이 많이 늘었고 ‘인생 60부터’란 말도 별 거부감이 없는 시절이 되었다. 그 말에 기대면 나는 이제 시작일 터다. 많은 선후배 문우님들의 지도편달이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겠다. 기회를 주신 문학방송 안재동 주간님께 감사를 드린다.
귀한 시간을 쪼개 인터넷 뒤져 가며 교정을 보아 준 백선혜에게도 빚을 졌다. 변변찮은 애비를 믿어 주고 힘을 실어 준 두 딸, 은정이와 로미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위선으로 치부될지 모르지만, 해로하지 못하고 헤어진 애들 엄마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다음 책부터는 감사를 전할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문학방송과 그 연을 공유하게 될 많은 동지들의 무궁한 발전을 간절히 바란다.
― <머리말>
■ 이종신
젊은 시절, 20여 년을 타국(아르헨티나)에서 이민의 삶을 살다 2014년 7월 귀국하여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민 생활 중 문학동호회(재아르헨 문인협회) 활동을 했으며 3년가량 교민 신문사에서 기사와 논설을 썼다.
2019년 한국문학방송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수필가로 등단하였고 저서로 『죽음 자리에서 삶 돌아보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