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기는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답하는 것만큼 어렵다. 어떻게 보면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일이나 이에 대해 만족할 만한 대답을 찾아보겠다는 시도 자체가 어리석은 것이 아닌가 한다. 삶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어떤 사람은 ‘살아 보지도 않고 그걸 어떻게 알아?’라고 시큰둥하게 내뱉는다. 그런 말투를 빌린다면, ‘모든 작품을 다 찾아 읽어 보지 않고서야 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알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던지는 또 하나의 물음은 ‘시는 대체 어떤 쓸모가 있는가?’라는 것이다. 실제적인 효용을 존중하며 성질인 급한 어떤 사람들은 시라는 것이 별로 요긴한 쓸모가 없는 사치스런 물건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싶어 한다. 그들에 의하면 시는 쌀이나 연탄을 만들어 내지 못하며, 그렇다고 과학적인 지식을 가르치거나 영화, 통속 소설 같은 짜릿한 자극을 전달해 주지도 않는다. 그러고 보면 시라는 것은 돈과 시간에 여유가 있고 고상한 체하는 사람들이 한가한 시간에 가금 들추어 보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인’ 이상스러운 글인 것 같기도 하였다.
인류가 인종과 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한 결 같이 시를 지녀 온 것은 그것이 사람의 생활에 필요한 어떤 쓸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먹고 사는데 직접 도움이 되는 것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여 무턱대고 시를 배척하는 일은 옳지 않음은 말 할 것도 없지만, 사람의 생활에 필요로 하는 모든 가치를 넘어서 따로 시의 쓸모가 있다는 주장도 지나친 억설이다. 시가 아무리 값이 있다고 해도 우리 자신, 가족, 이웃 그리고 이 세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다운 삶 전체와 무관한 가치를 가질 수야 있겠는가? 시는 그 쓸모가 어떤 종류이든 궁극적으로 이러한 삶 전체를 지키며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 <머리말>
● 이철우
△경기 안성 출생
△《공무원문학》 시, 《청암문학》 동시·수필, 《표암문학》 시조, 《한국작가》 문학평론 등단
△안성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위원장. 공무원문학 이사. 청암문학 이사. 안성문협 감사
△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작가협회, 표암문학회 회원
△서울 중등 교장 역임
△올해의스승상, 대통령표창, 안성문협공로상, 청암문학 공로상 수상. 녹조근정훈장 수훈
△동시집 『원댕이 고개』 『원댕이 아이들』 『원댕이 야생화』 『산수유 피는 마을』 『고성산 옹달샘』 『안성천 사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