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의 절의와 고상한 문장에 이르면 책을 덮고 종종 탄식해 마지않았다’는 파담자, 그는 의리를 사모하고 그들의 절개를 아름답게 생각한 사람이다.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걸었던 선비들을 접할 때마다 흐느껴 눈물짓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많은 인사들의 집안은 충‧효‧의‧열이 가장 대표적인 가문, 그 역시 나라와 임금에게 ‘충신’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이들의 부인은 남편에 대한 ‘열녀烈女’로서 목숨을 바치고, ‘효자孝子’인 아들은 진중에서 아버지를 보살핀다는 효심으로 도륙되었다. 그의 노복들 역시 주인의 인품에 감복해 그를 따라 ‘의인義人’으로써 인생을 전쟁터에서 마감했다. 이들 중 다수가 삼강행실에 기록되었다.
죽음 직전엔, 의로운 죽음이든 그렇지 않든, 사람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 성향을 드러내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어떻게든 생명 줄을 이어가려 애걸복걸이고, 또 다른 이는 자기 생명 줄을 내놓는데도 담대했다.
여기 이 순절 자들의 영령英靈은 우주 어느 곳에 안착해 있을까. 지은이의 의지는 꿈에서라도 이들 영령과 교류를 트고 싶었다. 그들 내면의 세계가 몹시도 그리웠기 때문이다.
진주 남강을 찾아 의암 바위에서 눈물겹게 강물을 바라보면서 제일차의 승전의 감격은 잠깐 스쳐갈 뿐, 2차 전투에서 성이 함락되는 그 때의 처절한 서사적 광경이 추상화처럼 떠올랐다. 탄금대를 돌아 남강 변을 거닐면서 숨 가쁜 수세에 몰린 조선군의 진영과 남강에 뛰어드는 이들의 용맹함을 영안靈眼으로 지켜보기 위해 지은이의 마음은 한동안 그곳에 머물러야했다.
지은이는 그들 속 깊은 마음을 감지하려는데, 파담자처럼 꿈이 아니라도 그 어떤 경우든지 감지했으면 했다. 표면적인 이야기는 그들의 사상과 생활상을 적어놓은 단편적인 글과 후손들의 구전을 통해 어느 정도 서술이 가능했으나 전쟁터에서 벌어진 실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지 못한 미흡함이 없지 않다. 심연과도 같은 이들의 내면의 경지를 세속인世俗人이 어찌 글로 다 옮길 수 있을까. 세상에 전해지지 않은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온 우주에 흩어져 잠겨 있을 것이다. 오랜 침묵을 지키며 앞으로도 여전히 정적에 묻혀있을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 고천석
△《자유문학》단편소설로 등단
△LDS 펜클럽 부회장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국제펜한국본부, 자유문학회 회원
△KBS, MBC, SBS, 교육방송, 하이 서울, 송파방송 등 다큐멘터리 방영 및 출연
△황희문화예술상 본상 수상
△소설집 『세레나데』 『물너울 저편』 『산다화』
△장편소설『풍류랑의 애가』(상·중·하) 『금술잔』(상·하) 『공유경제시대』 『누대에 흐른 서리 낀 달빛』
△중편소설 『딸을 위한 세레나데』
△산문집 『나 울게 내버려 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