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기다려지는 일이 이토록 간절했던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간절한 바람으로 봄을 잔뜩 기다리고 있다.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칭해도 모자람 없을 시어詩語를 뿜어낸 한 시인은 겨울을 보내는 동안 내게로 왔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의 일생이 온 날이었다.
두툼한 원고뭉치를 받아들었다. 꽃을 주제로 한 시어들이 꽃씨처럼 나풀거렸고 삶과 자연을, 사람과 사랑을 주제어로 정한 시어들에서는 찰랑거리는 물길에 살며시 손을 담그는 듯 내면의 사유思惟들이 통째로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시인은 말했다.
“날마다 시 한 편씩 꼭 쓰게 되는데, 아내는 마딱치 않게 생각합니다. 모르긴 해도, 활자로 된 언어의 힘에 자신이 밀린다는 느낌인가 봅니다. 허허” 라며 마주앉은 사무실의 온도를 데웠다.
시인은 이공계열 환경 계통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였다. 그러나 날이면 날마다 그가 토해 낸 시어詩語에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내면의 울림이 넘쳐났고 이재理財로는 감히 예단이 어려운 값진 사유의 메시지가 듬뿍 듬뿍, 그리고 알싸하게 각 장을 메우고 있었다.
어떤 수식어로도 부족함 없는 시인이 분명했다.
사람들은 대상을 평가하는 습이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가장 위험한 행위이다. 어제의 그가 내일의 그로 살아가고 있지 않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얄팍한 선입견으로 누군가를 재단하곤 한다. ‘엔지니어가 시를?’ 이라고 나의 내면에서 물음을 던졌던 것이다. 그러나 원고 뭉치에는 순하고 연한, 더는 유려한 논객을 뛰어넘는 필치가 행간마다 묻어났다. 놀라웠다.
시인이 풀어낸 세계에 발을 담그고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그의 세계를 예측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어딘가에 발을 푹 담가보지 않고서는 어떤 대상을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된다.
순화된 시인의 시어詩語가 진통을 겪고 있는 이 세계적 재앙인 우한폐렴마저 퇴치하는 진언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해지기 위한 모두의 삶에 정태운 시인의 행복 언어가 빛이 되기를 바란다.
봄빛이 유독 기다려지는 시절이다. 따뜻함으로, 둥근 기다림으로 출간의 봄날을 손꼽는다.
― 김윤희(맑은소리맑은나라 대표), <프롤로그> 유려한 행간마다 녹아 든 ‘시인의 일생’
● 정태운
△계간 《청옥문학》 시·시조 등단
△시의전당 고문. 청옥문학후원회 회장
△부산문인협회 회원
△프랑스 론 와인 기사. 재부세종고 총동창회장. (주)대한환경이엔지 대표이사
△시집 『사랑한다고 말할 때 사랑의 꽃이 피고』 『내 마음에 머무니 사랑입니다』 『그대를 만나야 피어나는 꽃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