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열다섯 번째 시집이다.
밭이란 묵혀두면 묵정밭 되지만 가꾸면 옥전이 된다. 바로 바다 보이는 행암 언덕에서 ‘시인과 농부의 들에서 별을 캐는 집’이 그렇다. 사막도 그럴 것이다.
젊음 30년 피땀 흘린 몫돈을 몽땅 부어 내일을 마련한 곳에 10년을 갈지 않아 쑥대밭인지 정글인지 발길 놓기 어렵게 되어버렸던 밭을 하루에 조금씩 가꾸었다. 울타리를 치기 전에 경계를 확인하고 잡초를 베어내고 땅을 갈았다. 낫으로 잡목을 베어내고 톱으로 고목도 베어냈다. 늦게야 10년째 가꾸었더니 말 타고 달려도 좋을 만큼 바다를 보면서 산을 보면서 쉬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쉬기도 한다. 그러나 옥전이 되기에는 달팽이 진딧물 총채벌레 노린재 등등 해충도 막아내고, 멧돼지 고라니의 침입도 막아내야 한다.
아둔한 머릿속 먼발치에 든 밭에서 글을 파내어 일군다는 것은 특히 시를 짓는다는 것은 남들보다 몇 곱절이나 쉬지 않고 가꾸어야 볼품이 조금 더 생기는 것 같다. 그렇게 가꾸어온 것이 이렇게 열다섯 번째가 되었다. 스스로 옥전이라 생각하지만 산출물들을 수확해보니 다 영글지 못한 것들이 숱하고 벌레 먹은 것들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빛깔도 곱지 않고 입맛에 들지 않는 것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출하시기를 놓칠 수도 없다.
모두 나의 삶을 엮은 나날이고 마음 하나는 진솔한 만큼 자랑할 만할지라도 벌써 과년하고 부족한 딸이라 못났더라도 밉상은 아니길 바라며 내일을 다시 약속하면서 시집을 보낸다. 사랑도 받고 잘 살지는 걱정이다.
― 머리말 <밭을 일군다는 것은>
■ 최두환 시인
△ 경남 창원 출생(1947)
△ 마산고, 해군사관학교, 경남대 대학원(경영학박사), 경상대 대학원(동양사 문학박사)
△ 《한맥문학》 시 등단
△ 한국저작권협회, 한맥문학, 한국문학방송, 한국현대시문학연구소, 문학세계, 작은문학, 진해문인협회 회원
△ 백상출판문화상, 충무공선양대상, 충무공 리순신 대상 단체상, 대통령표창 수상. 보국훈장 삼일장 수훈
△ 시집 『서사시, 성웅 그리고 인간 충무공 리순신』, 『7년만의 사랑』, 『목련의 옛사랑』 외 다수
△ 저서 『새 번역 난중일기』, 『새 번역 초서체 난중일기』, 『완역 임진장초』, 『리더십의 발견 충무공 리순신의 휫손』, 『강강수월래 연구』, 『충무공 리순신』, 『충무공 리순신 전집』, 『충무공 리순신, 대한민국에 告함』 외 저서 및 논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