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은 과일을 한 바구니 가득 따 담으려고 애썼으나 그 사이 시간은 8년이나 흐르고 바구니의 과일들은 어설프기 그지없다.
― <자서>
약속은 찾아온다
해마다 이맘 때
안 보이는 그는
호올로 약속을 하고
추운 겨울 속의 둥그런 생명의 고리
염주알처럼 잘그락거리며
불을 놓는다, 온 산과 들에
개나리는 개나리나무에
진달래는 진달래가지에
어기지 않는 방화放火의 향
뒤따라 벌나비도 찾아든다
― 본문 시 <약속> 전문
자서
제1부
지금 전광판에는
유리의 현상학
기억
존재
시간의 과속
물방울
꽃 진 후
나의 시간통장에는
키가 같다
잠시 그리고 영원히
약속
넝쿨장미
떠돌이배
허지虛地
명화
생각
도시의 별
작은 의문
아픈 발에게
식물성
교차로 하나
산․산․산
꿈속
용화수
용알 뜨기
용오름 사설
무소의 뿔처럼
제2부
전쟁
신도림역
알리스 이스마엘 압바스 어린이
흑곰 여자
평생예금
청계천 2005년 10월 1일
빈 쪽지
수표교 기타
짚신
꽃신을 만들어서
샌들은 말한다
고주목古朱木
먼지비
고목
줄지어 서서
광장에서
향연
오솔길
은행나무
숲속의 나무형제에게
러브 체인
아, 알았다
가을동산에서
빈 터
황소
밤
제3부
DMZ의 쌀
눈오는 날의 북한산행
명지산에 눈 내리고
삿포로 시인들을 만나
비의 산행
한 장면
춤
함혜련 시인
터널 입구의 오징어장수
살로 가는 바람
예감
비를 먹는 산
뜰
토가족
자작나무숲에서
검단산에서
도봉산
시코스호의 아침
황룡동굴
초지진의 소나무 한 그루
광교산
비 오는 거문도에서
거기 잘 있는가, 거문도
하늘공원의 억새
백도
월정사 나무숲
● 해설
‘무명’을 밝히는 등불의 미학 _ 신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