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써 본 사람은 안다. 1편의 시를 5분도 안 되어 완성품으로 내놓을 때도 있고, 몇 달 심지어 몇 년을 두고 다듬어서 완성한 작품도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순식간에 쓴 작품이 훨씬 문학성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이루었다.’
시인 박종현의 “시는 어디에 사는가”에서 했던 이 말에 한편으로 동의하면서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1편의 시를 5분도 걸리지 않게 쓰더라도 문학성이 높은 작품을 낸다는 말인데,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왜냐 하면 나의 경우는 50년을 숨겨두었다가 끄집어내어 다듬은 것도 있고, 그렇다고 문학성이 높다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그동안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곧 그 소재에 탐닉되어 있다가 시로 써야 되겠다는 욕구가 발동되어 더 이상 참고 견딜 수가 없을 때에 정말 순식간에 써 내려갔기 때문이다. 내가《서사시 성웅 그리고 인간 충무공 리순신》의 이름으로 총 88편 260면(7만6208자, 200자 원고지로 764장)을 단지 보름만에 끝냈던 것도 곧 농축된 바탕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충무공에 관한 이야기는 나의 약관 시절부터 같이 살아오면서 35년의 세월이 녹아있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5분이라는 정량적인 말은 오랜 시적 생각의 바탕을 빼버린 오로지 문자로 표기만 말한 소요시간이므로, 재고되어야 한다.
이번의 《그 위대한 탄생》은 이제 열한 번째이다. 오랜 세월을 노래하면서 사랑을 진실을 생각하고 미래지도자를 위한 나의 경험을 담아 읊어보았다. 자연의 법칙에서 보면, 물은 넘쳐야 흐른다. 민들레의 홀씨처럼 자연은 낭비인양 과잉과 풍만을 택했다. 인위적 문화에서 보면, 맥주의 맛은 거품에 있고, 투자에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것은 어쩌면 많아야, 많이 생산해야 한다는 자연의 이치에서 찾을 수 있다. 문학, 특히 시는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고 어느 원로 시인은 강변하지만, 지식과 철학이 없는 언어는 넋두리일 따름이다. 그러나 산문이 어떤 의미의 정보를 전달하고 지성에 기울이며 지식을 키우는 것에 비하여 시란 사물을 요리하여 감정을 표현하고 정서를 불러일으키며 공감을 끌어내고 지혜를 키우며 상상력에 맡기는 것이 가장 특징이다. 그래서 시 1편에 5분이라는 말도 결코 어불성설은 아닌 것이다. 문학이 과학과의 만남을 시도한다는 자체가 그 지식에 순수 감성을 끌어내는 기교의 탄성이 진실을 더욱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세상은 덧칠한 유화 같다. 화폭의 본바탕은 이미 지워져 있지만, 그 본바탕에 무엇이 있는지를 찾고 새로 담으려 노력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롭게 도전해보는 것은 옛 한시에 나온 잔나비/원숭이의 의미를 우리의 강역에 덧붙여 다시 생각해보고자 등잔불을 켜며 도마 위에 올려 본다.
― 최두환, 책머리글 <가치창조를 생각하며> 중에서
■ 최두환 시인
△ 경남 창원 출생(1947)
△ 마산고, 해군사관학교, 경남대 대학원(경영학박사), 경상대 대학원(동양사 문학박사)
△ 《한맥문학》 시 등단
△ 한국저작권협회, 한맥문학, 한국문학방송, 한국현대시문학연구소, 문학세계, 작은문학, 진해문인협회 회원
△ 백상출판문화상, 충무공선양대상, 충무공 리순신 대상 단체상, 대통령표창 수상. 보국훈장 삼일장 수훈
△ 시집 『서사시, 성웅 그리고 인간 충무공 리순신』, 『7년만의 사랑』, 『목련의 옛사랑』 외 다수
△ 저서 『새 번역 난중일기』, 『새 번역 초서체 난중일기』, 『완역 임진장초』, 『리더십의 발견 충무공 리순신의 휫손』, 『강강수월래 연구』, 『충무공 리순신』, 『충무공 리순신 전집』, 『충무공 리순신, 대한민국에 告함』 외 저서 및 논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