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시집이다.
보지 않고 알지 않더라도 우리 인생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 있다. 특히 시가 그럴 수 있다. 음식에서 한 가지만 먹은 편식보다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는 말은 누구나 한다.
그런데 생각과 글을 생각하면 너나 할 것 없이 편식이 심한 것 같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틀렸다’ 하고, 자기의 글을 지적하면 대개는 ‘지가 뭔데 나를 평가해’라며 노발대발이다. 그래서 대개는 유구무언하며, 특히 글에 편식이 심하다. 장르를 따지면서까지.
하나의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좋다. 누구나 그렇게 본다고 해서 나도 똑같이 봐야 한다는 법은 없다. 꼭 배운 대로 생각하는 스투디움studium은 상식을 넓히는 것에는 즉효약이겠지만, 세상에는 누구나 그렇게 보더라도 나는 특별히 이렇게 볼 수 있는, 그래서 가슴에 와 닿는다는 그런 눈이 필요하다. 이를 두고 푼크툼punctum이라 하는가. 어쨌든 그런 글과 눈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틀린 눈이 아니라 다른 눈이다.
시는 지극히 다른 눈을 가진다. 잘못이 아닌 올바른 통찰력이다.
그런데 시를 가까이 하지 않더라도 세상 바뀔 것은 없고, 시를 보고 읊는다고 해서 세상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를 보면 무엇인가 꿈같은 생각이 떠오르고, 해와 달과 별들이 모두 나의 것 같고, 풀잎 하나의 이슬방울에서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서 새로운 착상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 시대를 비판하여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유도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눈여겨보는 혜안도 생겨나게 된다.
이번의 시집에는 “추억하는 바다는 잠들지 않는다”를 제목으로 잡아보았다. 개인에게는 한갓 추억일지라도 그것이 국가로서는 역사적·사회적 공동체와의 공유를 생각하는 동기도 될 것이다. 비록 잘 다듬어지지 않았어도 그 사실에 대한 시각과 생각을 짚어보기에는 혼돈스럽거나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사물의 현상만큼이나 앞으로는 역사를 보는 눈까지도 새롭게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짓고 싶다.
― <머리말>
■ 최두환 시인
△ 경남 창원 출생(1947)
△ 마산고, 해군사관학교, 경남대 대학원(경영학박사), 경상대 대학원(동양사 문학박사)
△ 《한맥문학》 시 등단
△ 한국저작권협회, 한맥문학, 한국문학방송, 한국현대시문학연구소, 문학세계, 작은문학, 진해문인협회 회원
△ 백상출판문화상, 충무공선양대상, 충무공 리순신 대상 단체상, 대통령표창 수상. 보국훈장 삼일장 수훈
△ 시집 『서사시, 성웅 그리고 인간 충무공 리순신』, 『7년만의 사랑』, 『목련의 옛사랑』 외 다수
△ 저서 『새 번역 난중일기』, 『새 번역 초서체 난중일기』, 『완역 임진장초』, 『리더십의 발견 충무공 리순신의 휫손』, 『강강수월래 연구』, 『충무공 리순신』, 『충무공 리순신 전집』, 『충무공 리순신, 대한민국에 告함』 외 저서 및 논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