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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연애의 무용론

열심히 살지 못했다. 시에게 미안하다. 내 인생에도 빚진 듯 미안하다. ― <서문> 반지하 셋방 열린 창 앞에 / 페인트가 벗겨진 녹슨 건조대 / 아픈 다리를 숨기고 섰다 // 잘록잘록 빈 유모차를 끄는 노파 / 굽은 허리를 당겨 팬을 달군다 // 방범창살 사이 얼비친 햇살이 / 굵은 주름을 더하는 17시, / 가던 길을 멈춘 조각햇살이 / 고무줄 느슨한 노파의 팬티를 / 집중자격 중이다 // 일용할 양식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한 / 폐휴지 // 들고양이 한 마리 / 낡은 창살을 긁는다 / 휙, 고등어 대가리가 튀어나온다 // 절망의 겨드랑이 환하다 ― 본문 시 <행복 엿보기>
열심히 살지 못했다. 시에게 미안하다. 내 인생에도 빚진 듯 미안하다.
― <서문>

반지하 셋방 열린 창 앞에 / 페인트가 벗겨진 녹슨 건조대 / 아픈 다리를 숨기고 섰다 // 잘록잘록 빈 유모차를 끄는 노파 / 굽은 허리를 당겨 팬을 달군다 // 방범창살 사이 얼비친 햇살이 / 굵은 주름을 더하는 17시, / 가던 길을 멈춘 조각햇살이 / 고무줄 느슨한 노파의 팬티를 / 집중자격 중이다 // 일용할 양식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한 / 폐휴지 // 들고양이 한 마리 / 낡은 창살을 긁는다 / 휙, 고등어 대가리가 튀어나온다 // 절망의 겨드랑이 환하다
― 본문 시 <행복 엿보기>
■ 윤준경 시인
△경기 양주 출생
△한국시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공간시낭독회 상임시인. 한국가곡작사가협회 이사. 도봉문인협회 부회장
△시집 『기다림의 미학』 『다리 위에서의 짧은 명상』 『시와 연애의 무용론』 등 5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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