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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지리의 기적

오직 글 하나 잘 쓰기 위해 집을 떠났다. 전국 여러 곳에 집필실이 열려 있지만 나는 다른 데 갈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우선 서울에서 기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고 주말에 집에 한 번씩 가서 필요한 물품을 가져올 수도, 급한 볼일을 보고 올 수도 있어 토지문화관이 나에게는 최적의 집필실로 꼽혔다. 다른 생각 모두 내려놓고 다만 몰두 몰입하리라. 때는 늦가을, 사유와 집필에는 더할 나위 없이 주변 풍경이 아름다웠고, 평온과 고요가 충만한 결실의 계절이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매일처럼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여 위험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의 극복을 위해서도 강원도의 청량한 환경은 완전 축복이었다. 우주의 선물이었다. 창작의 업은 매우 고달픈 가운데 기쁘고 보람 있었고, 아프면..
오직 글 하나 잘 쓰기 위해 집을 떠났다.
전국 여러 곳에 집필실이 열려 있지만 나는 다른 데 갈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우선 서울에서 기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고 주말에 집에 한 번씩 가서 필요한 물품을 가져올 수도, 급한 볼일을 보고 올 수도 있어 토지문화관이 나에게는 최적의 집필실로 꼽혔다.
다른 생각 모두 내려놓고 다만 몰두 몰입하리라. 때는 늦가을, 사유와 집필에는 더할 나위 없이 주변 풍경이 아름다웠고, 평온과 고요가 충만한 결실의 계절이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매일처럼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여 위험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의 극복을 위해서도 강원도의 청량한 환경은 완전 축복이었다. 우주의 선물이었다. 창작의 업은 매우 고달픈 가운데 기쁘고 보람 있었고, 아프면서도 잘 버텨낼 수 있었다.
장편소설을 쓰는 틈틈이 나는 토지문화관에 입주한 소감을 ‘매지리의 가을 일기’처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나’와 대화하고 소통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제 그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을 세상에 선보이고자 한다. 코로나19가 어쩌면 글쓰기의 시간을 나에게 희사(喜捨)한 것일 수도 있다. 집콕보다는 토지문화관의 매지사 내 숙소가 집중의 위력을 발휘하는 데 더욱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의 기승에도 불구하고 매지리의 가을은 위대했고 평화로웠다.『매지리의 기적』한 권의 책을 펴내며 나와 인연 있는 모든 유정 무정들에게 건안을 빌며 감사함을 전한다.
― <작가의 말>


- 차 례 -

작가의 말

제1부 날마다 짐을 싸며
12월 마지막 밤
줄서기 1
줄서기 2
미국에서 온 친구
날마다 짐을 싸며
아버지의 자존심
선량한 내 친구
어제는
단풍잎 메시지
치과恥科
병원에 가다
즐거운 나의 집
유감有感

제2부 이미 다 이루었다
귀가
가을 축제는 끝났다
밤 도깨비
퇴실 파티
택배 아저씨
추운 날
매지리의 달
늦가을비
이미 다 이루었다
돌개바람
만남의 복福
사표師表

제3부 집에 온 김에
찜질방
점심 식사 후
새벽에
늦잠
주말은
사레들리다
나는 나, 너는 너
한 밤중
무 한 뿌리
나는 지금
인연
집에 온 김에
바쁜 날

제4부 고추장 한 숟갈
집으로 가는 길
깊은 가을
안개가 아직도
새로운 날의 과제
미궁
연휴
멧돼지
부담
무서리 내린 날
비상식량
고추장 한 숟갈
나만의 공간
아침을 먹으며

제5부 매지리의 기적
매지리의 기적
재채기
빚 갚는 일
슬픈 소식
여름 감기
수술 그 후
전업주부
푹푹 찌고 삶는 날
양배추 김치담그기
배가 아프다
쉬어주세요!
박경리 작가의 집
■ 변영희
△청주 출생
△국제펜 입회심의위원. 한국문협 전자문학위원
△한국수필문학상, 손소희소설문학상, 무궁화문학상 소설대상, 한국문학인상, 직지소설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일붕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남해의 고독한 성자(聖者)』 3부작 『마흔넷의 반란』 『황홀한 외출』 『오년 후』 『무심천에서 꽃 핀 사랑』 『지옥에서 연꽃을 피운 수도자 아내의 수기』
△소설집 『동창회 소묘』 『열일곱의 신세계』 『매지리에서 꿈꾸다』 『입실파티』
△수필집 『비오는 밤의 꽃다발』 『애인 없으세요?』 『문득 외로움이』 『엄마는 염려 마』 『뭐가 잘 났다고』 『거울 연못의 나무 그림자』 『갈 곳 있는 노년』 『매지리의 기적』 외
△E-book 『사랑, 파도를 넘다』 『이방지대』 『졸병의고독』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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